수사당국에 휴대전화 제출하지 않은 혐의 유죄로 인정
대법원장, 대법관에게도 같은 판결…'법치주의 위반' 지적도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몰디브를 과거 30년간 통치했던 마우문 압둘 가윰(80) 전 대통령에게 사법방해 혐의로 징역 1년 7월이 선고됐다.
14일 신화, dpa 통신 등에 따르면 몰디브 형사법원은 앞서 국가전복 음모 혐의 등으로 체포된 가윰 전 대통령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수사당국에 제출하지 않았다며 사법방해죄를 유죄로 인정해 전날 이같이 선고했다.
법원은 압둘라 사이드 대법원장과 알리 하미드 대법관에게도 같은 혐의로 징역 1년 7월을 선고했다.
몰디브 형법은 체포를 면하거나 기소를 방해할 목적으로 물리적 증거를 숨기거나 파괴하면 사법방해죄를 적용해 4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애초에 이들이 제출해야 할 휴대전화가 있었는지 등을 '익명의 증언'으로 인정하는 등 재판이 공정하지 않았고 법치주의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은 성명에서 "이번 유죄판결은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고 재판이 국제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면서 판결이 즉시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판결이 9월 대선을 앞두고 재선에 도전하는 압둘라 야민 현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계획의 일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도 외교부는 "몰디브 정부가 법치주의를 준수할 뜻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이번 판결은 9월 대선 절차의 신뢰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게 할 것"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아툴 케샵 몰디브 주재 미국 대사도 이번 판결이 불공정했다면서 "몰디브 국민은 언제 법치주의의 회복을 보게 될까"라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몰디브에서는 지난 2월 1일 징역 13년형을 선고받고 영국으로 망명한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을 포함한 야당인사 9명에 대해 대법원이 재심과 석방을 명령하자, 나흘 뒤 야민 대통령이 45일간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정치적 혼란이 벌어졌다.
야민 대통령은 비상사태 선포 직후 영장 없이 국민을 체포·구금할 수 있는 권한을 이용해 친야당 성향의 가윰 전 대통령을 테러 혐의로 구속했다.
1978∼2008년 대통령을 지낸 가윰 전 대통령은 야민 대통령의 이복형이지만, 최근 현 정부를 비판하고 야민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등 그와 대립해 왔다.
정부는 또 사이드 대법원장 등을 테러와 부패 등 혐의로 구속했고, 이후 체포되지 않은 대법관 3명만으로 재판부를 구성한 대법원은 야당인사에 대한 석방·재심 명령과 여당 탈당 의원의 의원직 복직 명령을 모두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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