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편 과정에서 재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민경락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4일 "인수·합병 활성화를 위해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 정말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기업의 계열사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문어발식'이라는 주홍글씨가 매겨지기도 하는데 그렇게 가서는 안 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인수·합병을 활성화하는 취지에서 매달 공정위가 공개하던 대기업 계열사 현황 통계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기로 했으며, 관련 규제 개선을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취임 1주년 과제와 관련해서 김 위원장은 "현 정부의 성과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문제"라며 "2년 차가 끝날 즈음에 국민에게 어떤 성과를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의 요구 사항을 모두 쓸어 담는 국정운영은 불가능하고 그것은 실패로 가는 첩경"이라며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시민사회를 설득하는 노력을 같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본격화한 공정거래법 개편과 관련해서는 "최대한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할 것이고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물론 재계"라며 6∼7월 중 재계 단체와 토론회나 간담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일감 몰아주기 조사 대상 지분조건이 바뀌면서 지분 처분 압박을 받는 곳이 생겨 재산권 침해 논란이 있다.
▲ 조사 대상 지분 기준을 상장(30%)·비상장사(20%) 무관하게 20%로 단일화한다고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가장 중요한 권리인 사적 재산권을 침해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계열사가 핵심사업 영역이면 당연히 지분을 보유해야 하지만 물류·부동산·관리 등 핵심과 관련 없는 계열사의 지분을 총수 일가가 보유해서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생존 기반을 상실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재계에서 그룹의 사업 영위를 위해서 계열사 보유가 정말로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인지 숙고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
-- 일감 몰아주기 조사 방향은.
▲ 취임 전에 일차적인 일감 몰아주기 실태 조사가 있었고 최근에는 지난해까지 데이터를 업데이트해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내부적인 검토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실태 점검, 사전 검토 등을 통해 사익편취, 부당지원 혐의가 짙은 기업으로부터 순차적으로 조사·제재할 것이다. 이는 공정거래법 개정과 관련 없이 진행할 것이다.
-- 지분을 처분해 조사 대상이 되지 않았을 때 이전 불법 행위는 어떻게 조사하나.
▲ 상당수 그룹이 조사 대상 리스트에 포함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룹에 대해 전부 다 조사를 할 수는 없다. 사익편취나 부당지원행위는 조사해서 제재하고 합의를 이룰 때까지 최소 1년 이상, 보통 2년 정도 걸린다. 법 위반 혐의의 경중에 따라서 순차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조사와 제재 과정에서 각 그룹에서 선제로 자발적으로 진정성 있게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책을 내놓는다면 충분히 고려해 순서 결정에 반영할 수는 있을 것이다.
-- 일감 몰아주기 조사로 기업의 보안 유지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 보안을 고려해 공정거래법상 예외 조건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지만 이는 보편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현행법에 있는 효율성, 긴급성, 보안성 요건은 공정위가 분명히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다.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판단하도록 하겠다.
-- 신고가 잦으면 직권 조사를 받을 수 있게 되는데 얼마나 많이 반복 신고가 되면 관리 대상이 되나.
▲ 공정거래법과 대리점법은 5년간 5회 이상, 하도급·가맹·대규모유통업법은 5년간 15회 이상이다. 또 과거 이력과 무관하게 현재 3건 이상의 신고가 접수된 기업도 관리 대상이다. 현재 이 조건에 해당하는 기업은 공정거래법·대리점법은 12개, 하도급·가맹·대규모유통업법은 26개나 될 정도로 엄청나게 많다. 이들 사건은 모두 본부로 이관했다. 시장 거래 관행이 어떤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 것인지 시그널을 시장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 공정거래법 개편 과정에 재계 의견도 반영되나.
▲ 공정거래법 개편 작업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할 것이다. 6∼7월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재계 단체에 토론회나 간담회를 잡아달라고 이미 요청을 했다. 재계가 주도하는 토론회를 개최하면 저를 포함한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최대한의 소통 노력을 할 것이고 소통의 상대방 중에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물론 재계다.
-- 현재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 성과를 만드는 것이다. 현 정부의 성과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경제 문제다. 2년 차가 끝날 즈음에 국민에게 어떤 성과를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국정운영 성과에 대해 대통령이 책임을 질 것이고 공정경제는 저의 책임이다. 아무리 길게 잡아도 2년 차가 끝날 때 국민 한 분 한 분이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 시민사회의 관계 설정 방향은.
▲ 정부와 시민사회 간 관계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는 촛불 혁명으로 출범했다.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현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하지만 국민의 요구를 모두 실현할 수 없다. 정부의 제한된 정책 자원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 전체적으로 시민사회와 건강한 긴장 관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사회 요구 사항을 모두 다 쓸어 담는 국정운영은 불가능하고 그것은 실패로 가는 첩경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이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 방향 내용과 관련해 국민 또는 시민사회를 설득하는 노력을 같이해야 한다. 지난 1년간 공정위가 한 일이 너무 더디다, 너무 거칠다는 상반된 평가가 있다. 그 중간 속도와 강도로 일관되게 흔들림 없이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 시장 경쟁 촉진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있다.
▲ 경쟁 당국의 가장 중요한 책무가 시장의 경쟁질서 유지·제고라는 것은 한시도 잊은 적 없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국정 과제의 한 부분인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역동적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계열사 숫자 늘어나는 것에 대해 '문어발식'이라는 주홍글씨가 매겨지기도 하는데 그렇게 가서는 안 된다. 인수합병은 활성화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공정위도 계열사 숫자를 세는 보도자료를 내지 않기로 했다. 또 인수합병 활성화를 위해 걸림돌이 되는 기존 규제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정말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서 개선안 마련할 것이다. 저희가 좋은 결과를 설명해 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이다.
--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TF)는 어떤 역할을 하나.
▲ 일부 언론 보도처럼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만의 과제는 아니다. 현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국정과제 이행 점검 작업을 4월부터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차관들이 주로 그 회의에 참석했다. 세부과제별로 보면 경제민주화 과제가 64개이고 8개 부처가 관련돼 있다. 공정위는 26개 과제를 담당한다. 점검 회의가 주기적으로 진행되면 좋겠다고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판단했고 회의 주재 역할을 제가 맡은 것이다. 앞으로도 국정과제 이행상황과 관련해 한 달에 한 번 정도 점검하는 회의를 할 것이다. 실무적으로 지원하는 팀을 기업집단국 내에 둔 것일 뿐이다. 기업집단국을 확대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roc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