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안보 문제 해결 통해서만 확실한 비핵화 가능"
유엔 주재 러 대사 "안보리 대북 제재 완화 검토해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북미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한반도 문제 해결 분위기와 관련 단계적 접근 태도와 도발적 행동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동북아 안보 체제 구축 논의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듭 피력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1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핵문제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해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과제로의 진전이 한발 한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러시아는 그같은 제안을 중국과의 양자 회담이나 다른 형식 회담에서 밝혀 왔으며 그것은 아직 유효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도발적 행동과 이행 불가능한 최후통첩성 요구 제기 등을 자제해야 한다"면서 "남북한의 건설적 태도 등으로 등장한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정례적이고 구체적 대화의 기회를 또다시 놓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랴브코프는 이어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는 동북아 지역 전체 모든 안보 문제의 종합적 해결을 통해서만 확실하게 확보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동북아 안보 문제의 하나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강화를 꼽았다.
미국이 일본과 한국에 구축하고 있는 MD망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지역 안보 및 안정 확보를 위한 집단 시스템 구축과 연관된 모든 문제들의 해결에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면서 "동북아는 우리 지역이며 우리는 그곳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 없이 이 방향(동북아 안보 체제 구축)의 진전이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랴브코프는 이밖에 "러시아는 미국 및 북한과 싱가포르 회담 결과와 관련한 접촉을 하고 있으며 여러 소식통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면서 "현재 모스크바에는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월드컵 개막식 참석차 모스크바를 방문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도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논의를 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월드컵 개막식에 앞서 김 상임위원장과 별도의 면담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 바실리 네벤쟈는 전날 남북·북미 협상 진전을 고려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네벤쟈 대사는 이날 대북 제재 완화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 방향에서의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표시했다"면서 "이에 대한 응답이 있어야 하고 다른 측(북한 상대측)의 추가적 행보를 부추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협상 파트너들의 행보는 '쌍방향 통행 도로'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벤쟈는 또 최근 몇 달 동안의 사건들은 지난해 러시아와 중국이 제안한 한반도 사태의 평화적·단계적 해결 방안인 '로드맵'의 틀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실제로 러시아와 중국이 지난해 제안한 것이다. 이 방향에서의 진전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중 로드맵은 북한이 추가적인 핵·탄도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고 핵과 미사일의 비확산을 공약하면, 한·미 양국도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1단계에서부터, 북미, 남북한 간 직접 대화로 상호 관계를 정상화하는 2단계를 거쳐, 다자협정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지역 안보체제 등을 논의하는 3단계로 이행해 가는 단계별 구상을 담고 있다.
네벤쟈는 이밖에 미국이 유엔 안보리 회원국들에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브리핑을 개최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