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카지노 운영 50대 남성, 항소심도 유죄
서울고법 "질서유지·공공복리 침해 여부 등 면밀히 따져 판단"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해외에 도박장을 개설해 한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한 업자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받았다.
도박장 개설이 현지에서는 죄가 되지 않아도, 우리나라 국민들을 대상으로 삼는 등 국내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죄로 판단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는 14일 도박장소 개장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김모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씨는 2010년 6월부터 베트남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며 국내에서 유치한 관광객 등을 상대로 바카라 도박 등을 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도 실형을 받았다.
김씨는 "베트남에서 적법한 허가를 받아 도박장을 운영했으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의 도박장 개장 혐의를 형법 3조의 이른바 '절대적 속인주의' 규정에 따라 유죄로 판단했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죄를 저지른 경우 우리 형법에 따라 처벌하는 조항이다.
다만 재판부는 도박장 개설이 베트남에서는 죄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면밀히 검토했다. '위법성 조각(위법성이 없음)' 사유에 해당할 여지는 없는지 따져본 것이다. 국내법 위반으로 무제한 처벌한다면 해외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기본권이 심각히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이 같은 고민을 토대로 해외에서의 행위가 국내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 즉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또는 공공의 복리를 침해하지 않는 경우라면 위법성이 없다고 해석하는 게 헌법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즉, 우리나라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그 나라 법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런 기준에 따라서 김씨의 도박장은 비록 베트남에서 허용된 일이라도 한국인 관광객이나 교포를 상대로 영업한 만큼 국내에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내 법망을 피해 해외에 도박장을 개설한 후 내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여 도박하게 하는 경우, 우리 사회의 경제에 관한 건전한 도덕법칙을 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외화 낭비까지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형법 3조의 절대적 속인주의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내국인 국외범에 대한 처벌 기준을 명확히 해 해외에서 우리 국민의 자유를 신장시킨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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