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렸다. 미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날 기준금리를 1.50∼1.75%에서 1.75∼2.0%로 올리는 인상안을 만장일치로 확정했다. 지난 3월(0.25% 포인트)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 인상이다. 미 기준금리 2% 시대가 열린 것은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연준은 연내 두 차례의 추가 인상까지 예고했다. 이러면 이미 역전된 한미 금리 격차도 더 벌어져 향후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도 커질 게 뻔하다.
미 금리 인상이 당장 우리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나 한국은행은 물론이고 민간 전문가들도 심각하게 우려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외국인 주식자금은 단순한 금리수준 보다는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기업실적 등에 좌우되고, 채권자금은 장기투자자 비중이 60% 이상이라 급격한 자금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3월 한미 금리가 10여 년 만에 역전됐을 때도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지 않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한두 번의 금리 인상으로 자본유출이 촉발되지 않고, 국내 금융시장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자본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우선 국내 시중금리가 줄줄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1천450조 원 규모의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이 늘어난다. 특히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 빚을 진 저신용(7∼10등급), 저소득(하위 30%) 차주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이들 취약차주 5명 가운데 1명은 소득의 40% 이상을 이자상환에 쓴다고 한다. 회사채시장 불안, 대출규제 등으로 실물경제 자금 경색도 우려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이미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과 영세 상공인에겐 늘어난 금융비용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시중금리 인상은 소비 및 투자 위축을 불러와 국민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올해 '3% 성장' 경로를 유지하고 있지만,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성장률을 2.8% 수준으로 내려 잡고 있다.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과 이탈리아의 금융시장 불안도 악재다. 미 금리 인상이 이들 국가를 비롯한 취약국가의 '긴축발작'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우리 경제가 경상수지 74개월 연속흑자, 풍부한 외환보유고, 수출 호조 등으로 걱정할 수준은 아니더라도 금리 격차가 확대되면 부담도 커진다. 미국발 글로벌 무역갈등에 금리까지 올라가면 경제주체들의 어깨는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기업·가계에 대한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이제 한은이 언제쯤 금리를 올릴지가 관심이다. 경기 흐름만 보면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악의 고용부진은 여전하고 경기선행지수도 '경기후퇴'를 의미하는 100 아래로 떨어져 있다. 물가 수준도 낮고 부동산시장도 안정돼 있다. 그렇다고 자본유출 우려 때문에 한미 금리 격차가 확대되도록 놔둘 수는 없다. 한은의 딜레마는 이해하지만,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신중히 살펴 기준금리 인상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정부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도 언제 금리가 인상돼도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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