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런던 주거건물서 180여명 긴급 대피…글래스고에서도 5명 구조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판 세월호'로 불리는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 사고 1주년에 공교롭게도 영국 내 고층빌딩 2곳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앞서 지난해 6월 14일 24층짜리 런던 공공 임대아파트 그렌펠타워에서 화재가 발생해 모두 72명이 목숨을 잃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14분 런던 루이샴 지역에 위치한 한 주거용 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8대의 소방차와 60여명의 소방관이 현장에 투입돼 화재 진압에 나섰고, 180여명의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런던 소방당국은 오전 6시 2분 불길을 잡았다고 밝혔다.
별다른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으며, 정확한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렌펠 타워와 달리 해당 건물에는 스피링클러가 설치돼 있어 대형화재로 번지지는 않았다.
입주민들 역시 그렌펠타워 참사에서 교훈을 얻어 자택 내에서 머무르지 않고 바로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런던은 물론 영국 소방당국은 통상 고층건물에서 화재사고가 날 경우 '그대로 있으라'는 지침을 기본으로 하지만, 그렌펠타워의 경우에는 이 지침 때문에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불과 두시간여 가량 후에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고르발 지역에 위치한 고층 건물의 14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스코틀랜드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7시 58분 화재 신고를 받아 진압에 나섰다.
5명이 구조됐고 불길은 곧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은 이번 두 건의 화재가 하필 그렌펠타워 참사 1주년 행사를 앞둔 가운에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한밤중에 발생한 그렌펠타워 화재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사용한 가연성 외장재가 불쏘시개로 작용하면서 참사로 이어졌다.
이후 영국 정부는 노후 고층아파트 외장재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빌딩 규제와 화재 안전 시스템에 허점이 없는지를 독립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을 지시했다.
이날 런던 그렌펠타워 앞에서는 생존자들과 유족들이 모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렌펠타워 현장은 물론, 정부 관저와 런던 소방청 본청 등에서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녹색 풍선과 휜 비둘기 등이 하늘에 날려지는 한편, 추모 화환 등도 현장에 놓였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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