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체소프 감독, FIFA 랭킹 최하위 굴욕 딛고 개막전 대승 이끌어
(모스크바=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을 5-0이라는 대승으로 장식한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 러시아 대표팀 감독이 수훈선수 데니스 체리셰프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일부 러시아 기자들은 박수로 이들을 환영했다.
진행자의 제안에 따라 체리셰프에 대한 질문이 먼저 이어지던 도중 체르체소프 감독이 휴대전화를 들고 자리를 떴다.
몇 분 후 자리로 돌아온 감독을 향한 취재진의 첫 질문은 자연스럽게 전화의 상대가 누구였느냐는 것이었다.
체르체소프 감독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며 "대통령이 이날 승리에 축하와 감사를 전하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월드컵 무대를 앞둔 대표팀 감독이 다들 그렇겠지만 체르체소프 감독은 준비 과정 내내 마음이 불편했을 대표적인 감독이었다.
온 국민의 기대와 관심이 달린 첫 자국 월드컵을 앞두고 평가전 결과가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우리나라에 2-4 완패를 안겼지만 그 이후로는 승리가 없었다. 올해 4경기를 포함해 최근 7경기에서 3무 4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는 동안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70위까지 떨어져, 32개 본선 진출국 중 최하위라는 굴욕을 안고 월드컵에 임해야 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이날 5-0 대승은 체르체소프 감독이 개막전에서 만들어낸 깜짝 반전이었다.
"극적인 무대를 위해 지금까지 모두를 속여온 것이냐"는 농담 섞인 취재진의 질문에 체르체소프는 "이렇게 많은 사람을 속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늘 우리의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은 "어느 팀이 잘하는 것과 중요한 순간에 잘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한 방'에 성공한 러시아 팀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막 첫 경기에서 더할 나위 없는 결과를 얻어냈지만 체르체소프 감독은 지나친 흥분을 경계했다.
감독은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도 개막전에서 2-0으로 승리했지만 멀리 가지 못했다"며 "일단 오늘 경기는 우리가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는 정도로 의미를 부여했다.
체르체소프 감독은 "내일 같은 조 이집트와 우루과이의 경기를 보면서 다음 이집트전을 준비하겠다"며 "무함마드 살라흐가 뛰든 안 뛰든 이집트는 강한 팀이다. 더 어려운 게임이니 실수 없이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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