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팬으로 때리고 묶은 채 방치한 남편 숨져…아내 징역 4년

입력 2018-06-15 10:38  

프라이팬으로 때리고 묶은 채 방치한 남편 숨져…아내 징역 4년
"상습 가정폭력 시달려" 허위 주장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남편을 둔기로 때려 쓰러뜨린 뒤 몸을 묶은 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아내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특수상해와 중체포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모(59)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노 씨는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7시께 은평구 자택에서 신용카드로 200만원가량을 마음대로 쓴 것을 두 남편과 다투다 그의 머리를 프라이팬으로 수차례 내려친 혐의를 받는다.
노 씨는 남편을 결박한 뒤 질식사하도록 방치한 혐의도 받았다.
노 씨는 프라이팬에 맞아 쓰러진 남편의 손·발목을 청테이프 등으로 묶은 뒤 입에 양말을 물려 그 위에 테이프를 붙인 채 오후 11시 30분까지 그대로 내버려 둔 것으로 조사됐다.
노 씨는 "약 40년간 혼인 생활을 하면서 평소 남편이 사소한 문제로 트집을 잡으며 폭언·폭행을 해 지속적인 가정폭력을 당했고, 다른 여자들과 외도를 하는 등 문제가 있어 감정이 좋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남편으로부터 당해왔던 것들에 대해 화가 나 폭행했고, 이후 남편이 깨어나 화를 낼 것이 두려워 묶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노 씨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노 씨 진료기록과 112 신고 내용 등을 살펴보고서 "피해자가 생전에 노 씨에게 지속적인 가정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봤다.
노 씨는 "남편이 나를 보자마자 욕하며 멱살을 잡고 뺨을 때렸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집에 있던 다른 가족들은 고성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남편은 이 사건 이전에 있었던 교통사고로 뇌출혈은 물론 늑골 골절, 경추 골절 등을 당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는 점도 재판부의 유죄 판단에 고려됐다.
다른 가족들도 대부분 '피고인과 피해자가 가끔 다투기는 했으나 크게 싸운 적은 없다'고 진술한 점도 상습적인 가정폭력이 있었다는 노 씨의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가 됐다.
재판부는 "노 씨는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와 사이에 문제를 해소할 기회도 있었을 것이며, 객관적 정황에 반하는 변명을 늘어놨다"며 "죄질이 좋지 않고, 반성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의 가족이자 피해자의 유족인 자녀 등이 모두 피고인의 선처를 바라는 점, 사망이라는 결과는 고의가 아닌 점 등을 고려한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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