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부진에 취업자 증가세 둔화…음식·숙박업 12개월째 고용감소
전문가 "고용 늘리도록 경영 불확실성 줄이는 정책 펴야"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민경락 기자 = 취업자 증가 폭이 4개월째 20만 명을 밑돈 이례적인 고용위기에는 주력산업 구조조정과 서비스업 부진이 함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 부진의 영향이 관련 산업으로 확산했고 올해 급격하게 인상된 최저임금의 충격까지 현실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자리는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단시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우며 기업이 투자나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불확실성을 줄이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제조업 구조조정 충격…건설업 고용도 둔화
고용이 수개월째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는 주력산업 부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올해 4월에 6만8천 명 감소한 것에 이어 지난달에는 7만9천 명 줄었다.
작년 5월에는 전체 취업자의 17.0%가 제조업에 종사했는데 그 비율이 지난달에는 16.7%로 0.3%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취업자는 조선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2016년 6월∼2017년 5월까지 12개월 연속 감소한 뒤 작년 6월부터는 증가로 전환했다.
하지만 11개월만인 올해 4월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구조조정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듯하더니 다시 발목이 잡힌 양상이다.
한국 제너럴모터스(GM) 군산공장 폐쇄 등 자동차 산업의 부진까지 고용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전북의 취업자는 제조업이 6천 명 감소했고,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은 1만8천 명 줄었다.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제조업이 휘청거리면서 취업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자동차 제조업이나 조선업 등의 구조적 여파가 제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라며 "제조업은 관련 산업이 많아서 도·소매업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간 국내 경기와 일자리를 지탱했던 건설업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4천 명 늘었다.
간신히 플러스를 유지하기는 했으나 작년에 건설업 취업자가 월평균 11만9천 명 증가했던 것에 비춰보면 초라한 성적이다.
올해 4월 기준 건설업 수주 총액은 작년 4월과 비교하면 42%나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처럼 건설 업황이 악화하면서 이 분야의 임시·일용 노동자의 취업이 특히 부진한 것으로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임시 근로자는 1년 전보다 11만3천 명 감소하며 2016년 9월부터 21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했고 일용 근로자는 12만6천 명 줄어들어 7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밖에 전체 취업시장의 7% 안팎을 담당했던 교육 서비스업도 취업자가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일자리 상황 악화를 가속하고 있다.
교육 서비스업 취업자 감소는 교육 대상 인구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 음식·숙박업 12개월째 취업자 감소…"최저임금 인상 여파까지"
지난해부터 고용 위축이 본격화한 숙박·음식업, 도소매업은 올해 들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가운데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달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만3천 명 감소하면서 지난해 6월 이후 12개월째 뒷걸음질 쳤다.
작년 12월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5만8천 명 급감한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4월까지 2만 명대로 감소 폭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달 다시 감소 폭이 4만 명을 넘겼다.
숙박·음식점업의 고용 부진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 여파로 줄어든 중국인 관광객이 아직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1인 가구 증가 등 요인이 겹치면서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도소매업 고용 시장은 제조업 부진의 영향으로 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도소매업 취업자는 5만9천 명 줄어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째 감소를 기록했다.
빈 과장은 "도소매업은 제조업과 연관된 것이 많다"며 "지난달에는 도소매업 중 자동차 판매업 등에서 감소 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숙박·음식업, 도소매업 등의 고용 부진이 단기간 내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숙박·음식업은 고용 부진 원인이 대부분 1인 가구 증가,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 오랜 시간 지속한 구조적 요인이어서 당장 해결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다음 달부터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것도 서비스업 고용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야근이나 주말 근무 등이 줄어들면서 음식점 등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YNAPHOTO path='PYH2018052417610001300_P2.jpg' id='PYH20180524176100013' title='' caption='2018년 5월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2018 일자리 구하는 날' 행사에서 한 구직자가 취업게시판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음식·숙박업은 이미 여러 가지 요인으로 어려움이 있다. 다만 최근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보인다"며 "근로시간 단축 역시 음식·숙박업 등의 자영업에 타격을 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도소매업의 고용상황이 나아지려면 제조업 경기가 회복돼야 하는데 하락 추세인 제조업 가동률, 설비투자 부진 등을 고려하면 이 역시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성 교수는 "고용을 늘리려면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을 해소해 줘야 한다"며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부동산 과세 문제 등이 급격히 이뤄지면 경기를 위축시켜 고용상황을 안 좋게 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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