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올해 초 관람금지 해제…이란 국기 두르고 페이스 페인팅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주최국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간 월드컵 축구 개막전에 앞서 최근 축구 관람금지에서 풀린 사우디 여성들의 흥겹고 활기찬 움직임이 주변의 시선을 끌었다.
수십 명의 사우디 여성들은 이날 자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청바지를 입은 채, 또는 머리 스카프를 하거나 베일로 얼굴을 가린 채 경기장으로 몰려들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들 여성 상당수는 생애 처음으로 외국 땅에서 직접 축구를 관람한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사우디 여성들은 최근 수십 년간의 억압에서 벗어나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다. 지난 1월부터는 비록 구역이 정해지기는 했지만, 축구장을 포함해 야외 경기장을 찾을 수 있게 됐고, 오는 24일부터는 운전도 할 수 있다.
사우디 대표팀으로서는 12년 만에 본선 무대에 올라 주최국 대표팀과 개막전을 치렀다.
응원을 온 일부 사우디 여성들은 다른 나라 젊은이들처럼 어깨에 국기를 두르거나 자국팀의 선전을 기대하는 페이스 페인팅을 한 모습이었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온 나다 알투와이즈리(27)는 이날 경기장 앞에서 전 세계에서 몰려든 남녀 및 어린이들과 흥겨운 분위기를 만끽했다.
영국에서 공부했고 현재 미디어 전문가라는 그는 12살부터 축구를 좋아해 남자형제와 함께 모스크바에 왔다고 말했다. 1년 전이라면 모르겠지만 현재로는 혼자 왔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AP통신에 "여성들이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러 러시아에 왔다는 것은 (남녀) 평등을 위한 또 하나의 움직임"이라며 "우리는 결국 남녀평등을 성취할 것으로 낙관하며, (사우디인이라면) 누구에게 묻든 매우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우디 여성들도 국기를 흔들며 자국팀의 선전을 기원했으며, 세계 각 나라에서 온 낯선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스스럼없이 지구촌 축제를 즐겼다.
일부는 최근 사우디의 개혁·개방을 이끄는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32) 왕세자의 얼굴이 새겨진 포스터를 들고 있었다.
지난 4월 말부터 3주 넘게 공개석상에 등장하지 않아 신변이상설이 제기되기도 했던 왕세자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및 국제축구연맹(FIFA) 잔니 인판티노 회장과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람했다.
히잡을 쓰고 엄마 및 형제자매와 경기장을 찾은 림 알-무테이리(25)는 축구는 잘 모르지만 대표팀을 응원하러 왔다며 "이곳의 사우디 여성들의 존재는 사우디 나라 자체는 물론 대표팀에도 자긍심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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