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저널 이카루스, 지구근접 천체 NASA 자료 오류 가능성 논문 실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지구 근접 천체(NEO)에 관한 NASA 자료가 잘못됐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아마추어'를 조롱하고 무시하다가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이게 됐다.
14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NASA는 집채만 한 크기의 소행성이 충돌해도 핵폭탄급의 엄청난 충격이 가해지는 점 때문에 지난 2011년부터 지구에 근접하는 천체를 감시하는 '네오와이즈(Neowise)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지난 2009년 발사한 '광역적외선탐사망원경(WISE)'이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약 15만8천여 개 천체의 크기와 반사력 등에 관한 목록을 만들었으며, 실제 천체 지름의 오차가 10%를 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서 최고기술경영자(CTO)를 지낸 네이선 미어볼드는 NASA가 본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NEO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하다면서 NASA의 관련 자료들이 흠이 있고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주 깊은 곳의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 개발된 WISE가 수집한 자료를 이용하고 있어 정확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 근거다.
미어볼드가 지난 2016년 처음 이런 주장을 폈을 때 NASA는 과학 논문의 중요한 절차인 '동료평가(peer-review) '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일축했다.
네오와이즈 소속 과학자들도 미어볼드 주장의 작은 실수를 침소봉대하며 조롱했다.
WISE 프로젝트의 연구책임자였던 에드워드 라이트 박사는 "미어볼드가 잘못된 점을 찾아내면 포상금을 주는 구글 방식을 채택하지 않은 것이 매우 안타깝다"면서 "그랬다면 나는 부자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올해들어 상황은 바뀌었다.
권위 있는 행성 과학저널 중 하나인 '이카루스'(Icarus)가 올해 초 미어볼드의 기존 주장을 담은 논문을 NASA가 문제 삼아온 동료심사까지 거쳐 실은 데 이어 지난달에는 두 번째 논문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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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논문은 단파장적외선을 이용한 WISE의 소행성 측정에 햇빛이 어떻게 미치는지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 논문은 NASA의 소행성 관련 자료들이 투명하게 산출되지 않고, 자의적으로 취사선택과 수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을 담고 있다.
NASA는 성명을 통해 "네오와이즈팀은 동료평가를 거쳐 과학저널에 게재된 자료와 발견을 고수하며, NASA는 네오와이즈팀이 수행한 절차와 분석이 타당하다는 점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며 고 밝혔다.
그러나 미어볼드의 주장은 이미 의회가 개발 비용으로 1천만 달러를 배정한 총 수억달러 규모의 NASA '지구근접천체 카메라(네오캠·Neocam)' 프로젝트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어볼드는 이미 네오와이즈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며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으며, 네오캠도 네오와이즈와 똑같은 오류를 겪을 것이며, 지상관측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며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NASA 측도 미어볼드가 "적대적 접근"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조만간 미어볼드의 주장에 대한 반박 자료나 논문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
미어볼드는 20여년전 MS를 떠난 뒤 '모더니스트 퀴진'이라는 6권짜리 유명 요리책을 내는가하면 '인텔렉추얼 벤처'라는 특허권 매매 업체를 공동창업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공룡화석을 수집하며 고생물학 관련 논문을 여러편 발표하는 등 독특한 인생행보를 보여왔다.
미어볼드는 모교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 35만달러(약 3억8천만원)를 기부하고 지구, 행성, 우주과학과와 공동으로 네오와이즈 개선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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