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 8월에 공청회 개최…아르헨티나 선례 따를지 주목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세계에서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은 브라질에서 낙태 허용 문제가 조만간 공론화할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오는 8월 중 공청회를 열어 선택적 낙태 허용 문제에 관해 여론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공청회에서는 임신 3개월을 넘지 않은 경우 선택적 낙태 허용 문제를 두고 지지 그룹과 반대 그룹 간에 치열한 토론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지 그룹은 "선택적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기본적 인권을 해치는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대 그룹은 태아의 생명권도 보장돼야 하며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생명 존중이라는 대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브라질에서는 성폭행에 의한 원치 않는 임신이나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때, 무뇌아(신경관 결손 태아)인 경우에 제한적으로 낙태가 허용되고 있다. 불법 낙태는 원칙적으로 형법에 따라 처벌된다.
무뇌아 낙태는 지난 2012년 4월 대법원 판결로 허용됐다. 당시 대법원은 대법관 전체회의를 열어 찬성 8표, 반대 2표로 무뇌아 낙태를 범죄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소두증 신생아 환자가 늘어나면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에게 낙태를 허용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도 벌어졌다. 그러나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아직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은 데다 소두증 신생아의 생존율이 높다는 점 때문에 판단은 유보된 상태다.
여론은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하는 추세지만, 아직은 반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이루어진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의 조사 결과를 보면 낙태 허용에 대해 지지 36%, 반대 57%, 무응답 7%로 나왔다.
다타폴랴는 젊은층과 고학력층, 고소득층일수록 낙태 허용을 지지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2013년과 2016년 조사에서 낙태 허용을 지지하는 의견은 나란히 23%였다. 2016년과 지난해 조사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지지 의견이 13%포인트 상승했다.
반대 의견은 2013년에 이어 2016년 조사에서도 64%였다. 2016년과 지난해 조사를 비교하면 반대 의견은 7%포인트 하락했다.
그동안 브라질에서는 불법 낙태수술 때문에 생명을 잃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한 신문은 2016년 1∼9월에 불법 낙태수술의 부작용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다 사망한 여성 환자가 1천215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하루평균 4명꼴로 사망했다는 뜻이다.
반면에 합법적인 이유로 낙태수술을 한 여성의 사망률은 10만 명당 0.5명에 그쳤다.
한편, 아르헨티나 하원은 전날 임신 14주 이내에 선택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찬성 129표, 반대 125표로 가결했다. 법안은 상원으로 넘겨졌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은 법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최종 재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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