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직접 대화채널' 상설화·남북미 3자 핫라인 연결 가능성 관심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직통 전화번호를 건넸다고 '깜짝 공개'를 했다. 그러면서 오는 17일 전화를 하겠다고도 했다.
북미 정상이 백악관, 평양 등에서의 후속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가운데 직통전화까지 가동하면 직접대화 체제가 상설화되는 셈이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 간 핫라인 구축이라는 역사적 기록이 하나 더 추가될지 관심이다.
연초 각자의 '핵단추 크기'에 관한 말폭탄을 주고받은 두 정상의 집무실 책상 위에 핵단추 대신 서로 연결하는 직통전화가 생기면 북미관계의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가 설치된 데 이어 북미 정상 간에도 핫라인 체제가 구축될 경우 한반도 해빙 국면과 맞물려 남북미 3국 정상 간 직접 의사소통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후속 비핵화 협상에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김 위원장과의 통화 계획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 도중 '아버지의 날' 계획을 묻는 말에 답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나왔다. '아버지의 날'은 매년 6월 셋째 주 일요일로, 올해는 17일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북한에 전화를 걸려고 한다"고 말했고, 곧 이어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6·12 북미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에게 직통 전화번호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이 어려움이 생기면 언제든 자신에게 전화할 수 있으며 자신도 전화를 걸 수 있다며 "우리는 연락을 취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포함한 구체적 비핵화 로드맵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받은 북미 정상 간 공동선언에 대해 '매우 좋은 문서'라고 자평하면서도 "문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김정은(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전부터 이번 싱가포르 회담 한 번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추가 회담 가능성을 거듭 언급하며 '과정'을 강조해왔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에서 좋은 관계를 맺은 뒤 이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비핵화 협상을 성사시키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런 연장 선상에서 직통전화 체제 구축은 수시로 의사소통을 함으로써 오랜 불신을 걷어내는 동시에 비핵화 협상이 막힐 경우 직접 최고위급 채널을 통해 난관을 뚫어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비핵화 초기조치와 사찰·검증 등 난제가 곳곳에서 예상되는 이번 협상의 특성상 정상들이 직접 '통 큰 담판'으로 이견을 해소해주지 않고는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첫 임기 내에 '주요 비핵화' 완료라는 시간표를 마련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비핵화의 가시적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 하루빨리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북미 정상 간 핫라인은 전례 없는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북미협상의 특징은 물론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두 정상의 파격적 스타일을 반영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적절한 시기'에 김 위원장을 백악관에 초청할 것이며 자신도 적절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며 후속 회담을 예고한 상황에서 직통전화 라인까지 개통되면 북미 정상 간 투트랙식 상설 대화 체제가 구축되는 셈이다.
앞서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를 연결하는 남북 정상 간 핫라인 설치가 4·27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4월 20일 완료된 바 있다.
이번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명문화되진 않았지만, 종전선언을 비롯해 남북미 간 논의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때에 따라 남북미 정상 3자 간 핫라인 연결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만으로는 북미 정상 간 핫라인 설치가 기술적으로 실제 이뤄진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어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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