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추가 시간 자책골이 결승골이 된 것은 역대 처음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모로코에는 절망적이고 잔인한 경기였다. 모로코는 이란보다 훨씬 더 잘 싸웠고, 시종일관 공격적으로 나섰다.
숱한 기회가 있었지만 결정력이 부족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세밀함을 잃어간 모로코는 적어도 승점은 챙길 것으로 믿었다. 후반 추가 시간에 끔찍한 결말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모로코는 16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이란과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 자책골을 범하고 0-1로 졌다.
모로코는 B조에서 스페인, 포르투갈과 같은 조에 속했기에 이란을 반드시 꺾어야 16강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모로코는 모든 것을 걸고 이란과 맞섰으나 '늪 축구'로 대변되는 이란의 견고한 수비망을 뚫지 못했다. 후반 추가 시간에야 드디어 골이 나왔지만 그건 자책골이었다.
후반 50분, 이란의 프리킥 상황에서 상대 크로스를 골문 앞에 있던 아지즈 부핫두즈가 헤딩으로 걷어낸다는 것이 그만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승부가 갈렸다.
후반 추가 시간에 나온 자책골이었기에 되돌릴 시간조차 없었다.
모로코는 무승부도 성에 차지 않을 경기에서 이란에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모로코는 월드컵 예선에서 6경기 동안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으며 무실점으로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그런데 본선에서 내준 첫 골이 얄궂게도 승부를 가른 자책골이었다.
부핫두즈가 한 골을 보태면서 월드컵 자책골은 총 42골로 기록됐다. 후반 추가 시간에 나온 자책골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의 지미 디킨슨(94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나이지리아의 조지프 요보(92분) 이후 3번째다.
디킨슨의 자책골로 잉글랜드와 벨기에는 4-4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요보의 자책골은 프랑스에 0-1로 뒤지던 상황에서 나왔기에 승부에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부핫두즈의 골은 달랐다. 부핫두즈는 후반 추가 시간 자책골이 결승 골이 된 첫 선수로 월드컵 역사에 영원히 이름을 남겼다.
모로코는 지난 5월 이란이 모로코의 반군 세력인 폴리사리오해방전선을 지원하고 있다며 외교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 정치적인 앙숙에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더군다나 모로코는 최근 2026년 월드컵 유치에 실패했다. 악재가 겹친 모로코로서는 패배의 충격을 쉽게 털어내기 어렵게 됐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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