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바퀴 조직력의 스페인 vs 호날두만 바라본 포르투갈
호날두, 해트트릭 기록하며 극적인 3-3 무승부 일궈
(소치=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포르투갈 축구대표팀은 '호날두 이전'과 '호날두 이후'로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포르투갈은 강호들이 차고 넘치는 유럽에서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 밀리는 '2류급' 팀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포르투갈은 호날두가 합류한 뒤 세계 강팀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06년 국제축구연맹(FIFA) 독일월드컵에서 4강 진출에 성공했고,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에선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포르투갈의 중심엔 언제나 호날두가 있었다.
호날두는 상대 수비진의 집중 마크와 자신에게 쏠린 부담을 이겨내고 포르투갈을 이끌었다. 사실상 포르투갈은 호날두의 '원맨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날두는 16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월드컵 B조 첫 경기 스페인전에서도 홀로 팀을 이끌었다.
양 팀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스페인 선수들은 경기 전 몸을 풀기 위해 경기장에 입장할 때, 관중들로부터 고른 응원을 받았지만, 포르투갈은 호날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호날두의 모습이 보이자 관중석은 들끓기 시작했다.
호날두의 손짓 하나에도 관중들은 흥분하며 환호를 보냈다.
모두가 호날두를 지켜봤고, 호날두는 그런 시선을 이겨내며 몸을 풀었다.
호날두는 경기가 시작된 뒤에도 침착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다.
전반 3분 페널티 지역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상대 팀 반칙을 끌어내 페널티킥을 유도했고, 직접 키커로 나서 선제골을 작렬했다.
상대 팀 지에구 코스타의 동점 골로 1-1이 된 전반 44분엔 페널티 지역 아크서클 앞에서 왼발 중거리 강슛을 시도해 상대 골망을 다시 한 번 흔들었다.
세트피스나 패싱 플레이로 만든 골이 아니라 호날두 스스로 일궈낸 골이었다.
포르투갈 선수들은 모두 호날두만 쳐다봤다.
1대 11의 싸움은 외롭고 힘들었다.
포르투갈의 수비진은 특유의 패싱 플레이로 똘똘 뭉친 스페인의 공격력을 당해내지 못했다.
후반 10분 포르투갈 수비수들은 스페인의 현란한 패싱 플레이에 다시 한 번 분산됐고, 상대 팀 코스타에게 동점 골을 내줬다.
그리고 3분 뒤 나초 페르난데스에게 역전 골까지 허용하며 패색이 짙어졌다.
호날두는 포기하지 않았다. 동료들의 계속된 실수에도 파이팅을 외치며 독려했다.
그는 페르난데스의 골 직후 상대 수비수의 거친 파울에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자기 플레이에 집중했다.
호날두는 후반 43분 기어코 기적을 만들어냈다.
페널티 지역 아크서클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직접 키커로 나서 정확한 감아 차기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 수비수의 키를 넘긴 공은 그대로 오른쪽 골문 구석에 꽂혔다.
포르투갈은 호날두의 원맨쇼로 강호 스페인과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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