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센의 대가'가 그려낸 디스토피아 '개들의 섬'

입력 2018-06-16 14:44  

'미장센의 대가'가 그려낸 디스토피아 '개들의 섬'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2014년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수상작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미장센의 정점을 보여준 할리우드 최고의 비주얼리스트 웨스 앤더슨 감독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으로 돌아왔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연속 동작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1프레임 단위로 동작을 구성해 촬영하는 기법이다. 그만큼 품이 많이 들지만, 연출자가 원하는 동작을 창조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미장센의 대가' 웨스 앤더슨이 고집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웨스 앤더슨은 2009년 연출한 첫 번째 애니메이션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역시 스톱모션 기법으로 촬영했다.
'개들의 섬'은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지난 2월 베를린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으며, 전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이어 웨스 앤더슨에게 은곰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영화의 배경은 20년 후 일본이다. 가상의 도시인 메가사키와 황량한 쓰레기 섬을 무대로 웨스 앤더슨만의 독창적인 색감과 구도로 감각적인 화면을 창조해냈다.
일본을 배경으로 삼은 까닭은 평소 웨스 앤더슨이 일본 애니메이션과 영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2월 베를린 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웨스 앤더슨은 "언젠가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꼭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화의 배경이 되는 메가사키는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에 가깝다. 메가사키의 시장 고바야시는 기업과 언론·군·야쿠자와 결탁해 도시를 지배한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웨스 앤더슨은 전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보여준 화사하고 몽환적인 색감 대신 무채색 계열의 색을 주로 사용해 어둡고 우울한 화면을 만들어냈다.
웨스 앤더슨은 일본 목판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다양한 목판화 이미지를 수집하기 위해 런던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에 소장된 컬렉션을 훑었다고.
또 1프레임 단위로 동작을 만들어야 하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촬영에만 3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영화의 도입부는 고바야시 가문과 개들의 유서 깊은 전쟁을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고바야시 가문은 10세기 전부터 개들과 원수지간이었던 것.
고바야시 시장은 일부러 개 독감을 퍼뜨리고 시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도시 내의 개들을 모두 쓰레기 섬에 가둔다.
그러나 고바야시 시장의 양자 아타리는 자신의 충견 스파츠를 찾으러 쓰레기 섬으로 떠나고 그곳에서 친구가 된 5마리 개들과 함께 스파츠를 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개들은 모두 영어로 말하지만 인간은 모국어로 이야기한다. 배경이 일본인 만큼 아타리와 고바야시 시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인간은 당연히 일본어를 사용한다.
특이한 점은 일본어로 말할 때 한국어는 물론, 영어로도 자막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웨스 앤더슨의 자막 기피증 때문이라고.
그는 베를린 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자막은 아름답지 못한 요소"라며 "자막을 읽으면 자막에만 집중하게 된다. 말은 못 알아들어도 감정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타리가 스파츠를 찾아 도착한 쓰레기 섬이 쓰나미 피해 지역, 동물실험 지역, 폐쇄된 놀이공원 등으로 구분된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산업화와 편리함만을 추구하다 자연을 파괴해버린 현대인을 아프게 꼬집는 대목이다.
또 억지로 개 독감을 만들어내 인간과 가장 친한 동물인 개를 황량한 쓰레기 섬에 버린다는 설정에는 낡고 쓸모없어지면 곧바로 폐기해버리는 현대사회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서려 있다.
다만,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충견을 구출하기 위한 꼬마 영웅의 모험담으로 봐도 충분히 즐길 만하다. 2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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