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사업지역 부동산 소유권 1년내 신고 안 하면 권리 불인정"
"피란민 재산 빼앗고 귀향 염원 꺾는 것" 난민 반발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시리아내전 통에 국내외로 흩어진 피란민은 1천100만명이 넘는다.
이들이 소유한 부동산을 수용하는 법령이 예고돼 난민의 귀향 꿈마저 꺾고 있다고 영국에 본부를 둔 아랍 언론 아슈라끄 알아우사트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시리아정부는 전국적인 전쟁 재건사업을 앞두고 '행정명령 10호' 시행을 예고했다.
행정명령 10호는 개발·재건 예정 지역에 있는 사유지의 수용·보상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이 법령에 따르면 개발 예정 부지 내 부동산 소유자는 30일 안에 권리를 주장해야 신축 주택 등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살던 집을 떠나 국외에 체류하는 난민이나 반군 지역으로 철수한 주민은 이러한 법적 절차를 밟을 수가 없다.
가족이 시리아에 남아 있다면 위임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여기에도 제약이 따른다.
부동산 소유권을 인정 받으려면 정부의 신원조회를 거쳐 안보에 위협이 없다는 검증을 받아야 한다.
국외 시리아 난민을 돕는 변호사와 인권단체는 국외·국내 피란민 다수가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참여자이거나 반군 지지 주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소유권이 인정될지도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시리아인 인권변호사 안와르 알분니는 "자신을 테러분자로 보는 시리아 당국에 반군 점령지역 출신 주민이 어떻게 부동산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고 반문했다.
행정명령 10호 시행이 예고되자 시리아 난민이 다수 거주하는 외국 공관에는 위임 절차를 문의하는 시리아인이 몰려들고 있다.
국외 난민들은 이 법령이 반정부 성향 난민의 부동산을 사실상 몰수하고 재건 주택·시설을 정부 지지세력에 분양하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시리아정부의 조처는 터키나 요르단 등 인근 국가에 머무르며 귀향을 손꼽아 기다리는 시리아인의 염원을 짓밟는 것이라고 난민들은 비난했다.
시리아 알레포에서 빵집을 운영했다는 후삼 이드리스(37)는 베를린 주재 시리아대사관에서 아슈라끄 알아우사트 취재진에 "그 빵집은 내가 자란 곳인데, 그곳을 잃는다는 걸 상상도 못하겠다"며 울먹였다.
익명의 한 독일 고위 관리는 아슈라크 알아우사트에 "행정명령 10호는 사실상 난민의 부동산을 수용하려는 의도로 제정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 문제를 상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외 피란민과 인권단체의 반발이 거세자 이달 초 시리아정부는 소유권 주장 기간을 1년으로 연장했다.
그러나 1년 안에 난민이 신변을 보장 받으며 시리아로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시리아정부는 행정명령 10호가 난민의 재산을 수용하려는 의도로 제정됐다는 외부의 비판을 부인했다.
제네바 주재 시리아 유엔대표부는 이와 관련, "행정명령 10호는 재건 프로그램을 합법적으로 추진하고, 파괴된 구역에 불법 주거를 차단하려는 목적의 법령"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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