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남북이 군사분계선(MDL)에 배치된 북한의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철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북한의 장사정포가 핵과 미사일 못지않게 수도권 2천500만 주민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강력한 재래식 무기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철수가 실현된다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획기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4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린 제8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남측은 `판문점 선언'의 군사 분야 합의 이행 차원에서 북측의 장사정포를 MDL에서 30∼40㎞ 후방으로 철수하는 안을 북측에 제안했다. 실질적 전쟁 위협 해소가 판문점 선언의 핵심 내용이라 그런지 북측도 일단 거부감은 나타내지 않아 우리의 기대감을 높였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공동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MDL 인근 북측 지역에는 사거리 54㎞의 170mm 자주포, 사거리 60㎞인 240mm 방사포 등 330여 문이 수도권을 겨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갱도 진지 속에 감춰져 있는 장사정포는 발사 때만 갱도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남측이 타격하기도 쉽지 않다. 330여 문의 포가 동시에 발사되면 시간당 2만5천여 발의 포탄이 서울시 전체 면적의 3분의 1가량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하니 큰 위협이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도 최근 우리 정부에 북한 장사정포 철수 문제를 남북회담에서 다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남측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우리 군과 주한미군도 상호주의 차원에서 북한의 장사정포 대응 화력을 후방으로 재배치해야 한다. 우리 군은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하기 위해 155㎜ K-9 자주포 등을 전방에 배치하고 있고, 경기 동두천에 있는 주한 미군 2사단 예하 210 화력여단도 각종 첨단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 상대방에 실질적 위협이 되는 이런 재래식 무기들이 MDL 인근에서 후방으로 옮겨진다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크게 완화될 것은 자명하다.
북한의 장사정포 철수가 이뤄지면 우리 정부가 판문점 선언에 맞춰 추진하는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를 획기적으로 촉진할 수 있다고 본다. DMZ의 완전 비무장화를 이뤄 자연생태공원, 남북교류 및 화합의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란 점에서다.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는 DMZ의 평화지대화를 위한 시범적 조치로 공동경비구역(JSA)의 비무장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남북이 후속회담과 접촉을 통해 MDL 부근에 배치된 장사정포와 K-9 자주포 등 재래식 무기들을 후방으로 철수하는 데 합의를 이루길 바란다.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려는 북측의 의지도 강하다고 하니 합의점을 찾을 것이란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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