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력 저해 성급한 발언" vs "협상력 높이는 특유의 과장"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강력 비난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전후해 유화모드로 180도 선회하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의회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화법과는 별개로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발언이 '확실한' 북핵 해결의 기대감을 높여온 만큼 만약 예측불허의 북한 김 위원장이 합의를 철저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백악관에 외교적, 정치적 위험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비핵화 절차가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 북핵 위협은 없다"고 선언한 데 대해 협상을 약화하는 경솔한 발언으로 비판했다.
군축협회(ACA)의 켈시 데이븐포트 비확산정책국장은 "성급하게 승리를 선언하는 것은 절차에 대한 기대감과 관련해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어떠한 검증 가능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데다 비핵화의 의미를 둘러싸고 아직 미-북 양측이 이견을 보이는 점을 지적했다.
데이븐포트 국장은 또 '문제가 해결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핵협상에서 미국에 대해 양보를 고심하고 있는 북한 측의 '의욕을 꺾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급한 발언은 결과적으로 '완전한 비핵화'의 의미를 구체화하려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 협상진의 추후 협상 능력을 저하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반면 '리틀 로켓맨'에서 '똑똑하고 유능한 인물'에 이르기까지 김정은 위원장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수사에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평가도 있다.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의 에이브러햄 덴마크 아시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전' 발언이 미국의 준비태세나 동맹들의 군사력에 실제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한 별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 극적 요소를 부각하는 특유의 방식이라면서 비판자들의 우려를 일축했다.
행정부의 한 전직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과장된 면이 있으나 "바로 이것이 그를 대통령으로 이끈 성공 요인"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이것이 마케팅이자 PR의 기초"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아울러 이러한 발언이 비핵화를 기정사실화해 오히려 북한이 양보를 내놓도록 하는 압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앞서 김정은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꾼 것만큼이나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다시금 김 위원장에 대한 태도를 돌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협상이 잘못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금 매일같이 자신의 트윗에 '리틀 로켓맨'을 언급할 것이라는 것이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도 트럼프 대통령 화법에 대해 그 '효능'을 일부 인정하고 있다.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원장(공화, 텍사스)은 트럼프 대통령의 화법을 '비 재래적인 것'으로 지적하면서 한편으로 그 효용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그동안 외교적 고립과 경제제재에 시달려온 북한에 쉴틈을 부여하는 것이라면서 "칭찬이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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