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신정부, '원리주의 논란' 이슬람 기구에도 개혁 칼날

입력 2018-06-18 12:00  

말레이 신정부, '원리주의 논란' 이슬람 기구에도 개혁 칼날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적폐청산'의 기치를 내 건 말레이시아 신정부가 원리주의 성향으로 논란을 빚어온 현지 이슬람 기구에 개혁의 칼날을 들이댔다.
18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슬람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연방정부기구인 말레이시아이슬람개발부(Jakim·자킴)의 기능과 예산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자킴은 이슬람 사원과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교사를 육성하고, '할랄'(이슬람 율법에 따라 만든 제품) 인증 및 단속을 담당한다.
말레이시아내 이슬람교도에게 적용되는 이슬람 가족법을 다듬고, 이슬람 주일인 금요일마다 예배를 준비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이런 자킴과 산하기관 연방이슬람종교부(Jawi)의 연간 예산은 2018년 기준 10억3천만 링깃(약 2천845억원)으로 역할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본산으로 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인 와하비즘의 확산에 동조해 국민의 생활을 종교적으로 통제하려는 행태를 보여온 것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자킴은 2016년 이슬람 문화권에서 부정한 동물로 여겨지는 개를 연상시킨다며 음식 메뉴에 '핫도그'란 이름을 쓸 수 없도록 했다.
최근에는 축구를 하려고 반바지를 입은 현지인 남성이 '풍기문란' 죄로 단속되는 일이 있었다. 작년 9월에는 종교적 관용과 사회통합을 이유로 이슬람교도 전용 세탁소를 허용하지 않은 조호르 주 술탄을 자킴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비판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자킴이 내세우는 이슬람이 "잔인, 가혹하고 비합리적 종교"의 모습이 아니었는지 살필 것이라면서 "우리는 강요하지 말라는 쿠란(이슬람 경전)의 가르침에 반해 강압을 선호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작업은 자칫 말레이시아의 해묵은 인종·종교 갈등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극히 조심스럽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의 다수 민족인 말레이계(50.1%)는 대부분 이슬람 교도로 자킴이 말레이계의 이익을 보호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보수 성향의 일부 이슬람교도들은 신정부가 중국계(20.8%)와 인도계(6.2%)의 편을 들어 자킴을 폐쇄하려 든다는 소문을 퍼뜨리며 개혁에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61년간 장기집권을 이어오다 지난달 초 총선에서 참패해 야당으로 전락한 전 집권당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의 핵심 지지층이 말레이계라는 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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