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호 인터뷰집 '이야기를 이야기하다'서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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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나는 모든 이야기 예술의 본령은 문학이라고 믿는다. 이야기가 삶에 대한 은유이자 인간을 총체적으로 규명해내는 작업이라면, 인간과 삶과 세계를 한계 없이 은유해낼 수 있는 장르는 문학뿐이다. 그리고 나는 문학을 한다. 영화를 향해 글을 쓰지는 않는다. 오직 독자를 향해 글을 쓴다."
소설가 정유정은 지승호와의 인터뷰집 '이야기를 이야기하다'(은행나무)에서 이렇게 말했다. 종종 '영화화를 노리고 쓴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 대한 답변이다.
정 작가는 소설 종류를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과 '경험을 하게 하는 소설'로 나눌 때 본인의 소설이 후자의 범주에 속한다면서 독자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기 위해 시각적이고 구체적이며 생생한 이미지의 이야기를 쓰지만,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제아무리 정교한 소설 속 묘사도 카메라를 따라갈 수는 없다'는 견해를 반박하면서 "카메라는 화면 뒤편의 이면을 잡지 못한다", "영화가 다정하게 웃는 남자의 분노한 머릿속을 보여주기 위해 배우의 연기와 이야기의 흐름, 그것을 둘러싼 주변 분위기 같은 것들을 총동원하는 사이, 소설가는 곧장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활활 타오르는 분노의 불길을 드러내 보여주면 된다"며 소설의 매력을 설명한다.
그는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등으로 100만 독자를 만난 국내 최고 스타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내 심장을 쏴라'와 '7년의 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신간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는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 씨가 정 작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작가의 개인사를 포함해 등단하기까지의 과정부터 각 작품에 관한 이야기, 소설 작법에 관한 철학이 빼곡히 담겨 있다.
"정유정의 소설이라면 믿고 본다"는 팬들과 그의 소설을 한 번쯤 흥미롭게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 책도 재미있게 읽을 법하다. 기존의 미디어 인터뷰에서 작가가 심도 있게 밝히지 못한 내용이 많다.
이 책 첫 장에는 작가가 간호사로 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심사직으로 9년간 일하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만 서른다섯에 소설 습작을 시작한 얘기가 나온다.
"사표 낼 때 남편이 찬성하던가"란 질문에 작가는 "나로서는 사표를 내겠다고 할 때 이미 충돌을 각오하고 있었다. 그토록 흔쾌하게 '그렇게 하라' 할 줄은 몰랐다. 너무 대답이 쉬워서 혹시 내 말을 잘못 알아들은 게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한 번 더 다짐을 받기까지 했다. '휴직 아니고, 아주 그만두는 거야. 혼자서 나랑 아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고. 언더스탠? 등단까지 6년이 걸렸는데, 남편 힘이 컸다. 마치 고시생 뒷바라지하듯, 외조를 해줬다."
이 책은 오는 20~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8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 기간에는 도서전에서만 판매하고 이후 시중 서점에 유통된다. 도서전 기간인 23일 오후 3시에는 작가가 출판사 부스를 찾아 독자들을 만난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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