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 않는 이상 가해자와 분리 불가능…피해자가 그만둘 수밖에"
(영월=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강원 영월의료원이 여직원들을 성추행·성희롱하고 이런 사실을 다른 직원들에게 알려 2차 가해를 발생시킨 가해자들에게 정직 2개월과 강등 처분을 내렸다.
이에 피해자는 "추행 정도가 상당히 높음에도 가벼운 징계를 결정한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가해자가 있는 일터에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두렵다"고 호소했다.
18일 영월의료원 등에 따르면 의료원 측은 지난달 25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가해자 A(41)씨와 B(56)씨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피해자의 성폭력 피해 상담 사실을 가해자인 B씨에게 알려 피해자 보호는커녕 동료들에게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2차 가해를 발생시킨 C(49)씨에게는 강등을 결정했다.
영월의료원 내 성폭력 실태는 6개월 동안 피해를 본 직원이 내부 고충처리절차에 불신을 느끼고 지난해 12월 강원도인권센터와 경찰,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도인권센터 조사 결과 성희롱 관련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은 물론 피해 사실에 대한 비밀유지도 되지 않았고, 보고누락 등 성실복무 의무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지난 3월 인사위원회가 열려 세 사람에 대해 직위해제를 권고하자 노조와 피해자는 해임을 요구하며 재심의를 요청했다.
의료원 측은 재심의 끝에 규정상 중징계인 정직 2개월과 강등 처분을 결정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가해자와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피해자는 "결국 내가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큰 병원이 아닌 만큼 부서 이동만으로는 물리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할 수 없기에 피해자와 노조는 해임 이상의 징계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영월출장소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도 의료원에 시정조치와 중징계를 요구했으나 권고사항일 뿐 피해자가 원하는 수준의 징계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인사위원들이 정확히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고, 위원 중 여럿은 가해자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징계 결정에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징계 결정 후에도 가해자가 병원에 출입하면서 피해자를 험담하고 있으나 의료원 측에서는 "출입은 개인의 자유"라며 방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A씨는 강제추행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으며,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C씨는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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