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이 국정 중추·두뇌'라는 文대통령 "유능 도덕성 겸손" 주문

입력 2018-06-18 16:20   수정 2018-06-18 16:33

'靑이 국정 중추·두뇌'라는 文대통령 "유능 도덕성 겸손" 주문

"공직자, 특히 청와대는 유능해야…초심 잃지 말라" 선거 후 기강잡기
지방선거 결과 자만 우려한 듯 "새로운 각오로 성과 보이자"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6·13 지방선거의 결과에 자칫 해이해질 수도 있는 청와대와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는 데 공을 들였다.
출범한 지 1년이 갓 넘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에서 여당이 이긴 데 기쁨과 안도의 감정을 내비치면서도 승리에 도취해 본분을 잊는 태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청와대 비서실이 선거 결과에 자부심을 갖고 기뻐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리가 받았던 높은 지지는 한편으로는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두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지지에 답하지 못하면 현 정권에 대한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문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자만하지 말고 새로운 각오로 국민의 기대에 맞게, 유능함으로 성과를 보이자"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거에서 완패한 야권이 제대로 된 견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실정은 오롯이 청와대·공직사회의 책임으로 돌아오고 정권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 승리에 도취하는 상황을 염려하면서 세 가지 덕목을 강조했다.
첫 번째는 '유능'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국정을 이끄는 중추고 두뇌로, 청와대야말로 정말 유능해야 한다"면서 "각자 업무에 유능해야 할 뿐만 아니라 협업 측면에서도 부처 간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도 유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처음 해보는 일을 하며 잘하기는 어렵지만 모두 1년의 경험을 했기 때문에 '처음 해보는 일이라 서툴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면서 "대통령에게가 아니라 국민에게 유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이 '유능'과 '성과'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남북·북미정상회담 등 외교·안보성과에 가려져 있던 일자리 등 경제 이슈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비핵화 프로세스가 어느 정도 제 궤도를 찾아가는 상황에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도 정권을 평가하는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는 만큼 공직사회의 분발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두 번째 덕목은 '도덕성'이다.
문 대통령은 "여소야대 형국에서 우리는 다수의 정치세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그런 가운데 국정을 끌어가는 힘은 국민 지지뿐이고 그 지지를 받으려면 높은 도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만큼 국민이 우리에게 거는 기대는 더 크다"며 "상대적으로 조금 작은 도덕적 흠결만 보여도 국민으로부터 훨씬 많은 질타와 비판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정부 출범 당시부터 적폐청산을 공약하고 그와 관련한 정책적 움직임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문 대통령으로서는 도덕성에 타격이 생길 경우 정부의 뿌리를 흔들리는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집권 중후반기에 들어서서 측근이나 친인척 비리로 국민 다수로부터 불신을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은 특히나 선거의 승리로 기강이 느슨해질 수도 있는 현시점에서 다시 한 번 고삐를 죄고자 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언급한 덕목은 '겸손한 태도'다.
문 대통령은 "정치인들이나 공직자가 국민을 모시는 것의 본질은 태도로 표현되는데 그런 면에서 (태도는) 정치·공직과 국민의 기대·눈높이가 가장 동떨어진 부분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볼 때는 정치나 공직 세계는 언어, 행동방식, 사고방식이 다른 세계라고 느껴질 정도"라면서 "진짜 국민을 모시는 공직자라면 국민을 받드는 태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최고 권력기관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앞세우지 말고 오직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태도를 갖추라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행정요원이 전화를 받더라도 그건 저를 대신해 받는 것"이라며 "친절하게 대응하면 '친절한 청와대', 그렇지 않으면 '고압적 청와대'가 되니 태도 면에서 각별히 관심을 갖고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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