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일본 후지필름 홀딩스가 합병 계약의 일방적 해지를 이유로 미국의 사무기기 회사인 제록스에 10여억 달러의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후지필름은 이날 뉴욕 남부지구 연방지법에 제출한 소장에서 제록스가 일부 행동주의 주주들의 압력에 굴복해 계약을 부당하게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후지필름 측은 제록스가 행동주의 투자자들인 칼 아이컨, 다윈 디슨과 타협함으로써 다른 주주들의 발언권을 막았다면서 "겨우 15%의 합계 지분을 가진 이들에게 회사의 운명을 정하도록 한 것은 주주 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후지필름은 일방적 해약으로 인해 자사의 주주들이 당한 손실을 반영하는 금액의 배상을 바라고 있으며 이는 10억 달러가 훨씬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제록스에 "고의적이고 터무니없는 행동"에 대한 징벌적 손해 배상도 청구한다고 밝혔다. 합병이 최소한 연간 17억 달러의 비용 절감, 최소한 10억 달러의 매출 확대 기회를 부여했으리라는 것이 후지필름 측의 주장이다.
제록스는 지난 1월 후지필름과 합작으로 설립한 후지제록스와 사업을 통합한 뒤 통합 기업의 지분 50.1%를 후지필름에 넘기기로 합의했었다. 제록스의 주주들에게 총 25억 달러의 특별배당금을 주는 것도 합의 조건에 포함돼 있었다.
제록스는 그러나 지난 5월 회사의 가치를 저평가했다는 이유로 합병에 반대한 2대 주주 아이컨과 3대 주주 디슨의 요구를 받아들여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이를 강행한 최고경영자를 경질하는 한편 이사진도 대거 물갈이했다.
후지필름이 당초 매긴 제록스의 가치는 61억 달러였다. 이에 대해 아이컨과 디슨 측은 제록스가 타기업이나 사모펀드에 판매될 수 있으며 이보다 상당히 높은 몸값을 받을 수 있다고 강변해왔다.
후지필름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제록스가 해약 결정을 발표한 이후 더 나은 인수 제의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한편 제록스 측은 후지필름이 제소했다는 소식에 대해 계약 해지가 타당하다는 점을 "지극히 자신한다"고 말하고 이런 결정을 적극적으로 방어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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