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새 세번 만나는 북중정상 밀착 재확인…대북제재 완화 촉각

입력 2018-06-1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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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새 세번 만나는 북중정상 밀착 재확인…대북제재 완화 촉각
방중사실 공개, 잦은 회동 '이례적'…중국은 '차이나패싱' 불식 노림수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북중 정상이 3개월 사이 한달에 한번꼴로 만나는 빈번한 교류로 한반도 비핵화 협의 과정에서 양국의 급속한 밀착을 재확인했다.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려항공 특별기를 타고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내린 뒤 삼엄한 경비 속에 조어대(釣魚台)로 향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김 위원장이 1박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로써 북중 정상은 지난 3월 25∼28일 베이징에서 첫 정상회담을 열고 지난달 7∼8일 다롄(大連)에서 회동한 데 이어 3개월도 안돼 세차례나 만나게 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사망하기 1년 전 후계구도 문제를 확정하기 위해 4차례 방중한 적이 있지만, 지금처럼 북한 정권이 절박한 상황이 아닌데도 석달 사이에 세차례나 방중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69년의 북중 교류 역사에서도 전례가 없는, 이처럼 잦은 방중과 만남은 미국을 앞에 두고 한반도 새 체제 협의 과정에서 북중 양국의 전략적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비밀리에 이뤄진 이전 방중과는 달리 이번에는 김 위원장의 방중을 사전에 노출한 것 역시 북중 관계를 당대당 관계가 아닌 정상 국가간 관계로 바꾸려 하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통해 최근의 정세 변화 과정에서 급속히 밀착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설명하고 대미협상 전략을 조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중 직전에도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시 주석의 65세 생일에 맞춰 5년 만에 생일축하 서한을 보내며 회복된 양국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앞서 북중의 급속한 밀착이 북미 회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견제에 아랑곳하지 않고 북중 정상은 '전략적 전술적 협동' 체제를 노골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이번 3차 방중과 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은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약속받고 시 주석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재확인하며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자국 역할을 강화하는 기회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북한은 이번 김 위원장의 3차 방중을 통해 최근 비핵화 논의 구도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대목이 제재완화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앞서 김 위원장 방중설을 보도한 니혼게이자이도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확실한 지지를 요청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현재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대북제재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일정 수준에서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이 이미 대북제재 완화에 나서는 듯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국국제항공이 베이징-평양 정기 항공편 운영을 재개한 가운데 중국 3대 온라인 여행사이트인 취날왕은 최근 북한 단체관광 상품을 대거 내놓은 상태다.
또 북중 접경에서 대북 수출화물 통관이 완화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회담이 끝난 직후 중국 외교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북한이 준수하고 존중한다면 관련 제재를 일시 중지하거나 해제하는 등의 조치를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통해 제재완화 부분을 확실히 다짐받고, 내주 예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고위급 협상이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협의에 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노림수가 있다.
혹시 모를 북한과 미국의 밀착 가능성에 따른 '차이나패싱' 논란을 불식하고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논의 구도에서 일익을 맡는 역할을 강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과 5월의 북중 정상회동,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행을 위한 전용기 임대 또한 북중 밀착과 중국 역할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됐다.
특히 북미회담으로 '몸값'이 오른 김 위원장을 세차례나 불러내 만나는 것 자체로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자국을 빼놓고 논의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시 주석은 앞서 지난 14일 폼페이오 장관에게 북미회담 결과를 설명받으며 미국으로부터도 중국 역할을 간접 확인받은 바 있다.
시 주석도 당시 폼페이오 장관에게 "중국은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하길 바라며 미국을 포함한 각국과 함께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에 참여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앞서 두차례에 걸친 방중 이후 북한이 북미 협상 과정에서 태도 변화를 보이며 회담 자체가 어려워졌던 전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 북중 정상의 회동이 향후 정세 전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방중 후 또다시 북한이 북미협상에서 태도 변화를 보일 경우 미중간 외교 갈등이 커지고 한중간 갈등마저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재 미중 무역전쟁이 재발한 상황에서 또다시 중국이 김정은의 방중을 받아들인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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