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부정축재한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 일가로부터 1조원 이상 환수하려던 시도가 31년 만에 무산됐다.
필리핀 대법원은 19일 대통령 직속 바른정부위원회(PCGG)가 마르코스 일가와 가신을 상대로 제기한 510억 페소(약 1조587억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증거부족을 이유로 기각했다고 온라인 매체 래플러가 전했다.
마르코스가 1986년 권좌에서 쫓겨난 뒤 설립된 PCGG는 이듬해 마르코스 일가와 가신들이 부정하게 모은 재산을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산디간바얀 필리핀 반부패 특별법원은 2010년 증거부족을 이유로 소송을 기각했고, 이날 대법원도 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PCGG가 피청구인들의 부정축재 의혹에 대한 명쾌한 논거를 세웠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1965년 대통령에 당선된 마르코스는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하며 장기집권에 나섰다가 1986년 '피플 파워'(민중의 힘) 혁명으로 쫓겨났다.
그때까지 그와 가족들이 부정 축재한 재산은 100억 달러(약 11조원)로 추정된다. 이중 약 34억 달러(3조8천억원)만 지금까지 회수됐다.
마르코스는 하와이에서 망명생활을 하다가 1989년 72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마르코스 일가는 인권 탄압과 부패 행위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마르코스 일가가 면죄부를 받는 대가로 부정하게 챙긴 재산을 국가에 반납하는 방안이 물밑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마르코스 일가가 부정하게 모은 재산을 환수하는 협상을 위해 면책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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