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못과 언니네이발관의 다정한 야간비행

입력 2018-06-19 22:07  

밴드 못과 언니네이발관의 다정한 야간비행
이이언-이능룡, 프로젝트 밴드 '나이트 오프' 결성
싱글 '리뷰', '오늘 날씨는 실패다' 21일 공개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밴드 못(MOT)을 이끄는 싱어송라이터 이이언(43)과 밴드 언니네이발관의 기타리스트 이능룡(40)이 만났다. 수줍음 많고 범상치 않은 두 음악가의 만남은 어떤 화학 반응을 일으켰을까.
19일 저녁 8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벨로주에서 이이언과 이능룡의 프로젝트 밴드 '나이트오프'(Night Off)가 베일을 벗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2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디자이너 지일근 소개로 술자리에서 처음 조우했다. 둘 다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데면데면하게 자리는 마무리됐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이언은 그날 밤 트위터에 '가장 좋아하는 기타리스트 중 한 명인 이능룡을 만났다'고 썼다고 한다. 첫눈에 반한 것처럼.
"그때 지일근 씨가 둘이 음악을 같이 해보면 좋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능룡 씨에게 음악적 신뢰가 있었지만, 당시엔 각자 밴드를 하느라 바쁜 상황이어서 '이게 현실이 되긴 할까?' 싶었죠."(이이언)
논의가 급물살을 탄 건 작년부터였다. 언니네이발관이 지난해 6집을 끝으로 무기한 활동중단에 들어가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숱한 후보작이 팀명으로 거론됐다. 보글보글 끓어오른다는 뜻의 '보일러', 의미 없는 동어 반복이 재미있는 '작은소형미니어처', 가벼운 빛이라는 뜻의 '라이트 라이트'(Lite Light)까지. 아쉽게도 유럽에 '라이트 라이트'라는 팀이 이미 존재하는 걸 발견하고 계획을 접었다.
"그러다 '나이트 오프'를 떠올렸어요. 외출이 허락된 밤이라는 뜻인데요. 저도 팀을 오래 했고, 이언 형도 팀을 오래 꾸려왔잖아요. 그러니까 이번 프로젝트는 밤의 외출 같은 거죠."
그렇게 시작한 음악 작업은 치열했다. 이이언은 집요하게 소리를 파고드는 음악가로 유명하다. 간단히 까다롭다. 그래서 신보 발표 주기도 길다. 연세대 전파공학과 출신인 그는 못의 1집(2004), 2집(2007)에서는 아날로그 사운드에 집착했다. 5년 공백기 동안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서 뮤직 테크놀로지를 공부하고는 2012년 첫 솔로 음반을 냈다. 못의 정규 3집은 무려 9년 만인 2016년에 나왔다.
이이언은 "개인적으로 '못'이라는 밴드를 너무 힘들게 해서 좀 더 느슨하고 설렁설렁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며 "그런데 지금도 막상 느슨해 보이는 음악을 매우 '빡세게' 하는 절 발견하고 틀렸구나 싶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 싱글음반에는 '리뷰'와 '오늘 날씨는 실패다'라는 두 곡이 담겼다. '리뷰'는 이별 후를 담담하게 그린 곡이다. '사실 사랑이 그런 줄 다 알면서 투정처럼 부르는 노래예요/ 그댈 미워하진 않아요'라는 가사가 둔탁하게 마음을 때린다.
"연인과 헤어진 뒤 격정적인 슬픔과 외로움이 한 차례 지나가고 나면 이상하고 낯선 기분의 슬픔이 머무는 시간이 있는 것 같아요. 괜히 다 하나씩 곱씹어보면서 '넌 처음부터 그랬던 걸까', '내가 이렇게 했다면 나았을까' 같은 부질없는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입니다."(이이언)
'오늘의 날씨는 실패다'는 산책하다 만난 친구들에게 이끌려 상상 속을 헤엄치는 듯한 분위기의 노래다. 유승아 작가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노래는 제일 힘들게 가사를 썼어요. 정상적인 가사를 붙이니까 유치하고 구전동요 같았거든요. 고민 끝에 말이 안 되는 가사를 붙여보니까 의외로 사이키델릭한 분위기에 잘 어울리더라고요. 초현실적인 구전동요 같은 느낌이랄까요."(이이언)
이번 싱글음반은 오는 21일 애플뮤직에 공개된 뒤 28일 모든 음원사이트에 발표된다. 8월, 10월에 각각 1곡이 추가로 나오며 12월 초 미니앨범이 발매된다. 내년부터 자주는 아니어도 꾸준히 음악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두 사람은 "앞으로 공연 등 오프라인 활동보다는 뮤직비디오나 온라인으로 활동할 것"이라며 "곡 수가 쌓이면 단독 공연도 열겠다"고 약속했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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