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훈련장 주변은 건물 숲…마음만 먹으면 염탐 가능
멕시코 관계자 "건물 출입 막는 건 우리의 권한 밖"
(모스크바=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 축구대표팀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두 번째 상대인 멕시코는 전력 누출에 개의치 않고 있다.
훈련장 주변에 큰 건물이 많아 누구나 훈련 내용을 염탐할 수 있는데도 멕시코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과 경기를 앞두고 자신감이 넘치는 분위기다.
멕시코 대표팀의 베이스캠프인 노보고르스크 다이나모 훈련장은 모스크바 위성 도시인 힘키에 있다.
훈련장 주변은 주택가다. 다수의 아파트와 상가건물이 밀집해있다.
건물엔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다. 아무나 올라가 훈련장 내부 모습을 지켜보거나 촬영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멕시코가 준비하는 비공개 맞춤형 전술 훈련과 세트피스 훈련도 파악할 수 있다.
장비를 사용할 경우 선수들의 표정까지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최악의 환경이지만 멕시코 대표팀은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익명을 요구한 멕시코 대표팀 관계자는 19일(현지시간) 팀 훈련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이 염탐을 시도할 경우 어떻게 막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조용히 휴대폰에 있는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엔 훈련장 건너편 건물에 올라가 촬영하고 있는 취재진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는 "이미 많은 사람이 건너편 건물에서 우리의 훈련을 보고 있다"라며 "주변 건물에 사람들이 올라가는 것을 막는 건 우리의 권한 밖"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회 조직위원회에 경비를 요청하긴 했다"라고 덧붙였다.
멕시코 관계자의 말과는 다르게 이날 건물 주변에 배치된 러시아 경호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항의할만한 상황인데도, 멕시코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력을 꼭꼭 숨기고 정보 노출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한국, 스웨덴 대표팀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관계자의 어투엔 마치 '볼 테면 보라'라는 식의 자신감도 느껴졌다.
한국과 스웨덴은 첫 경기를 앞두고 훈련 내용 등 팀 정보를 감추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한국 대표팀 신태용 감독은 마지막까지 정보를 감추기 위해 평가전에서 위장 전술을 사용했고, 마지막 평가전인 세네갈전은 비공개로 진행하기도 했다.
스웨덴도 치열하게 정보전을 펼쳤다. 한국 대표팀 사전 캠프에 전력분석원을 급파해 비공개 훈련 내용을 염탐했고,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겔렌지크 스파르타크 경기장 인근에 경비를 요청해 러시아 경찰 병력 50여 명이 훈련장을 둘러싸기도 했다.
그러나 멕시코는 외부에 신경 쓰기보다 팀 내부를 결속하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다.
멕시코의 팀 사기는 하늘을 찌를 기세다. 멕시코는 지난 17일 우승 후보 독일을 1-0으로 꺾었다.
한국은 24일 오전 0시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멕시코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펼친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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