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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 초반 단연 최고 스타는 홈 팀 러시아의 데니스 체리셰프(28·비야레알)다.
체리셰프는 조별리그 2경기에서 3골을 넣어 세계 최고 공격수 중 한 명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더불어 득점 공동 1위로 뛰어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를 5-0, 이집트를 3-1로 완파한 러시아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래 32년 만에 16강 진출을 눈앞에 뒀다. 이변이 없는 한 조별리그 통과는 확정적이다.
월드컵 본선에 참가한 32개 나라 중 약체라는 평가를 받던 러시아를 돌풍의 주역으로 끌어올린 이가 체리셰프다.
지난 15일 사우디와의 A조 조별리그 1차전이자 대회 개막전에서 동료의 부상으로 전반 22분 교체 투입된 체리셰프는 전반 43분 수비수 두 명을 개인기로 따돌린 뒤 강력한 슈팅으로 개인 첫 골을 뽑은 데 이어 후반 추가 시간 절묘한 오른발 아웃사이드킥으로 두 번째 골을 완성했다.
20일 이집트와의 2차전에서도 1-0으로 앞선 후반 14분에 이집트 골문 정면에서 왼발로 추가 골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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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셰프는 두 경기 연속 최우수선수 격인 '맨 오브더 매치'에 선정돼 자신의 존재를 러시아와 전 세계에 확실히 알렸다.
공격수로 활약한 아버지 드미트리 체리셰프(49)에 이어 2대째 러시아 축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부자(父子) 선수라는 사실보다도 축구 강국 스페인이 키워낸 인재라는 점이 더욱 눈길을 끈다.
체리셰프는 구소련 해체 직전인 1990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태어나 5살 때 스페인 프로축구 스포르팅 히혼과 계약한 아버지를 따라 스페인으로 터전을 옮겼다.
명문구단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아카데미에서 축구를 시작해 이후 스포르팅 히혼, 부르고스,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팀을 거쳐 2012년 레알 마드리드에서 성인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재능은 있었지만, 끊임없는 부상에 시달려 임대로 세비야, 비야레알, 발렌시아를 떠돌다가 2016년 비야레알에 정착했다.
체리셰프는 현재 러시아 대표 23명 중 백업 골키퍼 블라디미르 가불로프(벨기에 클럽 브뤼헤 KV)와 함께 외국 클럽팀에서 뛰는 2명의 선수 중 하나다.
20년 이상 스페인에서 살아온 만큼 자신을 러시아 사람이 아닌 스페인 사람으로 여긴다.
그런데도 뿌리는 잊지 않아 15∼21세 각급 러시아 대표팀의 호출을 받고 조국을 위해 뛰었다. 세계 최고의 리그로 꼽히는 선진 무대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하는 체리셰프의 기량을 러시아 축구 관계자들이 높이 산 덕분이다.
체리셰프의 기량을 눈여겨본 이는 이탈리아 출신 명장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다.
2006∼2007년 레알 마드리드를 지휘할 당시 체리셰프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카펠로 감독은 2012년 러시아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자 체리셰프를 성인 국가대표팀으로 불렀다.
체리세프는 2012년 11월 미국과의 친선 평가전에서 A 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엔 들지 못했지만, 카펠로 감독의 배려로 대표팀과 함께 훈련하며 월드컵 분위기를 익혔다.
단단한 수비 중심의 러시아 축구 스타일에서 어렸을 적 아기자기한 스페인 축구를 습득한 체리셰프는 능란한 기술을 펼치는 테크니션으로 빛난다.
3년 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월드컵에서 체리셰프는 동료 알란 자고예프의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꿈의 무대를 밟는 행운을 누렸고, 이후 세 골이나 퍼부어 러시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체리셰프는 AP 통신 인터뷰에서 "2경기에서 3골을 넣을 수 있던 것에 신께 감사를 드린다"면서 "하지만 내 목표는 그저 팀을 돕는 것"이라고 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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