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8개월만에 재개관, 서울시가 10년간 임대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1970년대 소극장 운동을 이끈 삼일로 창고극장이 2015년 10월 폐관 이후 2년 8개월 만에 재개관한다.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은 오는 22일 삼일로창고극장을 재개관한다고 20일 밝혔다.
1975년 첫 개관 이후 총 여섯 번의 개관과 다섯 번의 폐관을 겪은 삼일로 창고극장은 2015년 폐관 때까지 40년간 279개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등 많은 공연예술인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었다.
서울시는 이 같은 공간적·역사적 의미를 이어가기 위해 2013년 삼일로창고극장을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2015년 다섯 번째로 폐관하자 서울시는 2017년 극장으로 사용하던 건물뿐 아니라 그 앞 건물(부속동)도 포함해 민간 소유주와 10년간 장기임대계약을 체결했다.

애초 삼일로창고극장은 지난해 9월 재개관할 예정이었으나 공사 후 안전점검 과정에서 극장 천장 부분에 보완해야 할 사항이 발견돼 보수공사를 거쳐 개관 일자를 확정했다.
서울시는 삼일로창고극장이 공연장으로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2017년 서울문화재단에 운영을 위탁했고, 재단은 오는 2020년까지 '예술현장과 함께하는 극장', '동시대 창작 플랫폼'을 모토로 민간 운영위원회와 함께 극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민간 운영위원회는 ▲ 박지선(프로듀서그룹 도트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 오성화(서울 프린지 네트워크 대표) ▲ 우연(남산예술센터 극장장) ▲ 이경성(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 전윤환(혜화동1번지 극장장) ▲ 정진세(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인)의 6명 운영위원으로 구성됐다.
20일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경성 운영위원은 "공공기관 지원을 받지만, 공공기관에서는 다룰 수 없는 주제를 다루고자 한다"며 "여러 프로그래머의 아이디어와 새롭게 태동하는 예술가의 질문을 모아 이곳에서만 가능한 극장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재개관하는 삼일로창고극장은 1975년 개관 당시 형태를 최대한 복원해 60∼80석 규모의 가변형 무대를 조성했고, 삼일로창고극장의 대표적 특징인 사방 등·퇴장이 가능한 구조를 보존했다.
부속동에는 갤러리와 스튜디오를 조성해 공연장과 함께 다양한 목적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운영위원회는 재개관 기념공연으로 29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1977년 초연 당시 4개월 만에 6만 관객을 돌파한 고(故) 추송웅의 1인극 '빨간 피터의 고백'의 오마주 공연인 '빨간 피터들'을 선보인다.
22일 개관식에서는 1975년부터 2015년까지 삼일로창고극장을 찾은 일반 관객 10명을 초청해 극장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
'빨간 피터의 고백'을 보며 데이트한 50대 부부 이야기와 삼일로창고극장 공연을 본 후 글을 쓰기 시작한 시인 이야기, 공연 포스터를 모으던 여고생 이야기 등이 소개된다.
23일에는 검열을 받아 일부분이 삭제된 채 공연된 '무너지는 소리', '잔네비는 돌아오는가', '아무런 이야기', '돼지들의 산책' 등 네 작품을 원전 그대로 낭독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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