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미국·유럽 난민정책 비판…"포퓰리즘, 난민 문제 못풀어"

입력 2018-06-2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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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미국·유럽 난민정책 비판…"포퓰리즘, 난민 문제 못풀어"
로이터 인터뷰…트럼프의 불법이민자 아동 격리정책에 반대 표명
"난민 수용 안하면 유럽 텅 빌 것"…"중국과의 주교 임명 합의 낙관"
"바티칸조직에 여성 고위직 늘려야"…"건강 좋아…퇴위 생각 없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에 불법 입국한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난민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일부 유럽 국가들을 겨냥, 인구학적으로 겨울에 접어든 유럽은 난민 수용 없이는 텅 비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일 공개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서방의 난민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바티칸과 중국과의 관계 개선 문제, 교회 내 여성 역할 확대 등 교회 안팎의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교황은 또한, 자신을 겨냥한 보수파들의 비판에 대해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하고, 건강 상태가 좋으며, 현재 퇴위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고백하는 등 신상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놨다. 로이터와 교황의 회견은 지난 17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우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득세하며 최근 다시 지구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미국과 유럽의 난민 정책에 우려를 드러냈다.
교황은 불법 입국한 부모와 어린 자녀를 격리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트럼프의 난민 정책과 관련, "미국주교회의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국주교회의는 최근 트럼프의 이민자 아동 격리 정책을 "가톨릭 가치에 위배되며, 부도덕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교황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한 것에 대해서도 "인류의 미래가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에 (그의 결정에)고통을 느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민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포퓰리즘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포퓰리스트들이 난민 문제에 있어 '정신병'을 일으키고 있다. 유럽과 같은 고령화 사회는 인구학적으로 혹한기에 접어들어 더 많은 이민자들을 필요로 한다"며 "난민을 받지 않고는 유럽은 텅 비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그들을 수용하고, 돕고, 돌보고, 동행하며, 모든 유럽에 골고루 배치해야 한다"며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유럽연합(EU) 차원의 분산 배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일부 국가들을 힐난했다.
교황의 이런 발언은 가톨릭의 본산 바티칸을 품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도 포퓰리즘 정권 출범 직후 지중해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거부, 주변국과 갈등을 빚는 등 유럽 역시 난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교황은 또 이날 인터뷰에서 가톨릭 교회 내부의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교황은 교황청과 중국 양국 관계 정상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지는 주교 임명권과 관련,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을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교황청과 중국 정부가 주교 임명권에 대해 합의할 경우 1949년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 이후 70년 가까이 단절돼온 중국과 로마 교황청과의 외교적 관계가 복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즉위 이후 가족과 성 윤리 등에 있어 전임 교황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입장을 견지, 보수파들의 반발에 처하기도 교황은 자신에 대해 때때로 '끔찍한 것들을' 말하는 보수파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가난한 자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표방해온 교황은 "가톨릭 교회의 미래는 거리에 있다"는 지론도 강조했다.
교황은 아울러 여성이 갈등 해결에 더 능하다며 바티칸 관료 조직 쿠리아 고위직에 더 많은 여성을 임명하길 원한다고도 말했다.
교황은 스스로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교황은 척추 상태에 연동된 다리 통증을 제외하면 건강이 좋다고 밝혔다.
교황은 2013년 자진 퇴위한 전임자 베네딕토 16세와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건강을 이유로 사임할 수 있다는 취임 직후의 발언을 인터뷰에서 재차 강조하면서도 "현재로서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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