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평양냉면은 가짜인가?…'평냉'의 이데아

입력 2018-06-21 10:38  

남한의 평양냉면은 가짜인가?…'평냉'의 이데아
음식평론가 이용재 '냉면의 품격'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2018년은 '진짜' 평양냉면의 실체가 많은 이들에게 가까워진 해로 기억될 것이다."
음식평론가 이용재 씨는 신간 '냉면의 품격'(반비)에서 올해를 이렇게 정의한다.
냉면의 계절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이 책은 지난 6∼7년 동안 평양냉면 전문점 리뷰를 꾸준히 써온 이용재 씨가 그동안의 작업을 결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책머리 들어가는 말에 ''평냉'의 이데아'라는 제목을 달았다. 평양냉면에 대한 우리 남한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 인식, 남한에 계승된 평양냉면을 둘러싼 '진짜-가짜' 논쟁에 관한 분석을 명료하게 정리했다.
"북한에서 직접 먹어본 극소수가 존재하고, 북한과 수교를 맺은 중국 및 아시아 국가의 음식점에서 먹어본 이들도 있다. 다만 2018년처럼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평양냉면이 부각된 경우는 처음이었으니, 지난 몇 년 동안 평양냉면이 쌓아온 컬트적 인기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자아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궁극적인 질문을 소환했다. 남한의 평양냉면은 가짜인가?"
이 질문에 저자는 가짜가 아니라고 답한다. 남한에 평양냉면을 전파한 실향민이 지녔던 '원형'이 "사회 및 기술의 발전, 즉 '가스-전기-스테인리스' 삼각편대의 지원에 힘입어 현대적으로 발달해 지금의 평양냉면으로 자리 잡았을 가능성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거기에 일본에서 개발되어 들어온 화학조미료가 평양냉면 특유의 '맑지만 감칠맛 분명한 국물'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일조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진짜'의 본거지인 북한의 사정이 넉넉하지 못해 '잉여'라고 할 수 있는 음식 문화가 잘 발달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한다. "한마디로 '가난한 원형이 어느 정도의 권위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인데, 이는 아마도 한국인 모두가 평양 옥류관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상황이 될 때까지 유보해야 할 논의일 것"이라고 정리한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음식의 정체성을 점으로 묶어 제한하기보다(이 경우 '점=평양'), 같은 이름으로 별개의 세계가 존재한다고 보는 편이 훨씬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그러므로 모두에게 공평하게 옥류관 냉면 한 사발씩의 기회가 돌아올 때까지 일단 한국의 평양냉면을 정리해보는 건 어떨까?"라고 이 책 기획 의도를 밝힌다.
이런 기본 인식을 바탕으로 저자는 서울과 경기 지방의 이름난 평양냉면 식당 31곳을 분석했다. 이들을 '공인된 노포- 한국 평양냉면의 뿌리들', '선발 주자- 한국 평양냉면의 가지들', '후발 주자-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시도들', '느슨하게 평냉- 평양냉면의 문법을 차용한 메밀 면 요리' 등 네 개 챕터로 나눠 평가했다. 평양냉면 식당을 찾아가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168쪽. 1만2천원.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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