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붉은 불개미 유입에 불안…방역망 뚫리면 피해 심각

입력 2018-06-21 15:29  

잇따른 붉은 불개미 유입에 불안…방역망 뚫리면 피해 심각
원산지 남미서 세계 곳곳 확산…빈컨테이너 검역강화 등 허점 보완 시급
전문가 "박멸 사실상 불가능, 내륙 침입 전제로 비상 대책 세워야"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김재홍 기자 = 최근 국내 주요 항만에서 외래 붉은불개미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붉은불개미는 생태계를 교란하고 전기설비 등을 망가뜨리며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인명 피해까지 발생시키므로 국내 정착을 막기 위한 철저한 방역 대책이 시급하다.
◇ 원산지 남미서 세계로 확산 중…국내선 3번째 발견


남미 중부지역이 원산지인 붉은불개미는 1982년 이후 2000년까지 미국 남부, 푸에르토리코, 바하마, 버진제도 등 주로 미주 대륙으로 번졌다.
2001년부터는 호주, 뉴질랜드, 대만, 말레이시아, 중국 등 아시아권으로까지 확산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이미 붉은불개미가 정착한 국가가 14개에 이른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는 일본 고베, 나고야, 오사카, 도쿄항 등 주요 항만에서 잇따라 발견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해 9월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경고하는 보고서를 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로 나타났다.
같은 해 9월 28일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처음으로 25마리가 발견된 데 이어 다음날에는 1천여 마리가 서식하는 개미집이 발견됐다.
규모로 미뤄 여왕개미가 번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부두 전체를 뒤졌지만 끝내 여왕개미는 찾지 못했다.
정부는 여왕개미가 방역 과정에서 죽은 것으로 결론짓고 11일 만에 부두 운영을 정상화했다.


올해 5월 30일에는 부산항으로 수입된 중국산 건조 대나무를 담은 컨테이너 안에서 2마리가, 이달 18일에는 평택항컨테이너터미널 야적장 바닥 콘크리트 틈새에서 20여 마리가 각각 발견됐다.
20일에는 부산항 자성대부두 컨테이너 야적장 바닥 틈새에서 10마리가 추가로 발견되는 등 출현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 방역 실패 땐 심각한 피해…미국 매년 6조원대 손실
붉은불개미 방역에 실패한 외국 사례를 보면 생태계는 물론 경제적 피해가 크다. 인명 피해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보고서와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붉은불개미는 떼를 지어 가축 등을 무차별 공격한다. 전기설비에 침입해 전선을 갉아 산업시설 등에 피해를 준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60억 달러(6조7천억원)에 이르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2001년 붉은불개미 정착이 확인된 호주에서는 지금까지 3억4천만 호주달러(3천73억원)를 들여 방제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초기 차단에 실패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중국 광둥성 일대에서는 2005년부터 붉은불개미떼가 급속히 늘어나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가축과 사람까지 공격해 주민들이 큰 고통을 당하고 있고, 홍콩과 마카오까지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붉은불개미는 독성도 강한 편이어서 사람이 물리면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미국에서는 한 해 평균 8만 명가량이 물리고, 지금까지 100여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 총력 방역…허점 없나?
감만부두에서 처음 붉은불개미가 발견되자 정부는 지난해 10월 3일 긴급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하는 태스크포스를 설치하는 등 범정부 대책을 마련했다.
전국 주요 항만과 내륙컨테이너기지(의왕·양산)에 트랩(덫)을 설치해 컨테이너 등을 통해 유입한 붉은불개미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있다.
감만부두 등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곳에 대해선 10월까지 주당 2차례, 11월부터는 2주에 1차례 2년간 예찰을 하기로 했다. 전문가 그룹도 확대했다.
정부가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붉은불개미 침입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교역물량의 99%를 해상수송에 의존해 매일 수많은 컨테이너가 전국 항만을 통해 들어오고 트레일러에 실려 전국 각지로 수송된다.
한곳이라도 구멍이 뚫린다면 엄청난 번식력 때문에 확산은 시간 문제다.
서식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여왕개미 한 마리는 하루에 최대 1천개 이상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곤충학회(ICE) 상임이사인 김병진 원광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는 "붉은불개미는 개체 수가 많고 번식을 잘하기 때문에 섬멸하기 어렵다"며 "작년에 부산항에서 처음 발견됐을 때 올해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엄청난 컨테이너가 오가는 상황에서 방역을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컨테이너 하부와 내부를 모두 방역해 붉은불개미를 섬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역 비용과 인력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농축산물은 검역대상이지만, 빈 컨테이너는 화물이 아닌 용기라는 이유로 아무런 검역절차를 거치지 않고 배에서 내려져 부두에 쌓였다가 국내 수출업체에 전달된다. 사실상 검역 사각지대에 있다.


외국에서 들어온 빈 컨테이너 문을 열면 내부에서 각종 쓰레기와 폐기물이 나오고 바퀴벌레, 개미, 도마뱀, 좀 등 다양한 벌레들이 산 채로 돌아다닌다.
트레일러 기사들이 잡아서 죽이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빗자루로 쓸어서 밖으로 내버린다. 쓰레기 등이 없으면 그대로 수출업체에 가져다주기도 한다.
선사들이 외국에서 빈 컨테이너에 어떤 화물을 담아 수송했는지에 관한 정보를 우리 항만 당국, 부두운영사, 트레일러 운송사에 전혀 제공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정보를 미리 파악할 수 있으면 위험성이 있는 컨테이너를 부두에 가려내 세밀하게 내외부를 살피고 소독할 수 있다.
선사들이 이러한 컨테이너에 대해선 출발국에서 미리 청소와 소독을 하도록 하고 증명서를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일본 등 인근 국가들과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화주, 선사, 운송사는 물론 일반 국민의 신고를 유도하는 대책도 요구된다.

◇ 이미 방역망 뚫렸을 가능성은…"내륙침입 대책 세워야"
미국, 중국, 일본 등 우리나라와 교역이 많은 나라로부터 수많은 컨테이너가 반입되는 상황이다 보니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뿐 이미 내륙으로 빠져나가 정착한 개체들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드러난 것처럼 사실상 검역대상에서 빠져 있던 컨테이너가 주요 유입경로인 만큼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병진 교수는 "방역 당국은 괜찮다고만 하지 말고 우리나라도 붉은불개미에 뚫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향후 (내륙으로 침입한) 붉은불개미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항만과 내륙컨테이너기지에 국한된 예찰 범위를 수출입 기업체 등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만에 하나 항만을 빠져나가더라도 초기에 집중적인 감시체계를 구축하면 일정 부분 박멸이 가능하고 확산을 막을 수 있다.
뉴질랜드가 그런 사례다. 2001년 2월 오클랜드공항 부근에서 붉은불개미 집을 발견한 뉴질랜드 정부는 분석 결과 9개월이나 2년 전에 화물을 통해 여왕개미가 유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주변에 덫을 설치하는 등 방어벽을 구축하면서 주변 건물 지붕과 내부, 컨테이너 장치장 등을 정밀검사하고 바람에 의한 여왕개미 이동 경로를 파악해 주변의 번식 가능 요소를 제거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했다.
그 결과 2002년 10월에 그 지역 일대 박멸에 성공했다.
2006년 위리나키 주변에서 개미집과 3만여 마리의 일개미가 발견됐을 때도 3년간 90만개의 덫을 10m 간격으로 설치하고 주변의 위험요소를 미리 제거한 결과 박멸하는 데 성공했다.
류동표 상지대 산림학과 교수는 "미국, 중국, 호주는 10년 이상 방재를 하지 못했고 뉴질랜드도 많은 인력을 투입해 방제하는 데 5년 이상 걸렸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성급하게 판단해선 안 된다"며 "외국에서 컨테이너가 계속 이동하고 있어 주기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lyh950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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