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이집트 등 인접 국가에 집중 유입…韓은 0.4% 미만
"한국, 경제·문화 인지도 높아져 생긴 일…국제사회 역할 고민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최근 제주도에 예멘 출신 난민 수백명이 갑자기 몰리면서 국내에서 이들을 수용할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일 제주도 무비자 입국 불허 대상국에 예멘을 포함해 12개국으로 늘렸지만, 제주도민을 비롯한 많은 국민이 불안을 호소하며 난민 수용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모습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예멘 난민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한 지 제법 오래됐다. 지난 2015년 3월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 지원을 받는 정부군의 분쟁으로 시작된 예멘 내전이 어느새 3년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예멘 출신 난민·망명 신청자는 전 세계에 28만692명에 이른다. 예멘 내 피란민은 200만명을 훌쩍 넘어선다.
한국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은 1994년부터 올해 6월 21일까지 1천5명(누적 기준)으로 전 세계에 흩어진 예멘 출신 난민의 0.4%가 채 되지 않는다.
이 수치에서도 알 수 있듯 한국은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들이 우선순위로 꼽는 목적지는 아니다.
이들이 선호하는 국가는 거리가 가깝고 종교ㆍ문화 배경이 비슷한 중동과 동아프리카 국가들이다.
UNHCR 통계자료를 분석해 보니 지난 한 해 동안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가 가장 많은 국가는 3천731명으로 집계된 요르단이었고, 이집트(2천482명), 말레이시아(1천155명), 수단(886명) 등이 뒤를 이었다.
말레이시아를 제외하면 모두 예멘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아랍어를 사용하는 이슬람국가다.
난민과 이주민 지원활동을 하는 공익법센터 어필의 전수연 변호사는 "난민들은 보통 지리적으로 가깝거나 문화가 유사한 지역으로 도피한다"면서 "과거 시리아 난민들도 레바논이나 터키 쪽으로 이동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역시 이슬람국가이며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또 난민협약에 가입돼 있지는 않지만, UNHCR이 현지에서 난민 심사·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5∼6위는 서방 국가 중 난민 정책이 관대한 편인 캐나다(869명)와 독일(559명)이 차지했다.
이 밖에 인도(430명), 터키(246명), 영국(206명), 그리스(197명), 스웨덴(196명), 네덜란드(176명), 스페인(174명), 미국(152명)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지난해 131명의 예멘인이 난민 신청을 해 15위에 랭크됐다.
전반적으로 각 나라별로 예멘 난민 신청자 수가 증가했고 순위도 전년도인 2016년과 비슷했다.
난민 신청과 상관없이 예멘을 떠난 사람들의 이동 동선을 추적했을 때도 인근 국가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UNHCR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예멘을 떠나 중동과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동북부 아프리카 주요국에 입국한 사람 수가 모두 17만5천750명에 달했다.
이중 오만이 5만1천명, 소말리아가 4만44명, 사우디아라비아가 3만9천880명, 지부티가 3만7천428명, 수단이 7천398명 등을 기록했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 국내 유입 난민 신청자 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난민 문제와 같은 국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고 입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케이팝 인기가 높아지는 등 국제사회에서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 만큼 난민 문제와 관련해서도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역할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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