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은퇴 후 부동산등기인으로 돌아온 스페인의 라호이 전총리

입력 2018-06-2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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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은퇴 후 부동산등기인으로 돌아온 스페인의 라호이 전총리
의회 불신임으로 실각 후 30년전 직업으로 복귀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 헌정사 최초로 의회의 불신임으로 실각한 마리아노 라호이(63) 전 총리가 정계 입문 전의 직업인 부동산 등기인으로 돌아왔다.
21일(현지시간) 일간 엘파이스 등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라호이 전 스페인 총리는 알리칸테 지방의 휴양도시 산타폴라의 부동산 등기사무소에 최근 출근하기 시작했다.
항구가 마주보이는 상가건물의 등기사무소를 인수한 라호이는 부동산 매매·상속·등록 등과 관련한 문제를 조언해주고 수속을 대리하는 업무로 여생을 보낼 생각이다. 직원 7명의 팀도 꾸렸으며, 아침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고 휴일에는 쉰다.
라호이는 법대를 졸업하고 스물넷의 나이에 스페인 최연소 부동산 등기인이 됐다.
이후 산타폴라에서 일을 하다가 1989년 정계에 입문한 뒤 하원의원과 장관, 당 대표, 총리까지 지내고서는 자신이 이끌던 국민당의 부패 스캔들로 실각했다.
현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주도로 의회에 내각 불신임안이 제출됐을 때까지만 해도 그는 "끝까지 가겠다"고 맞섰지만, 실각이 확정되자마자 미련없이 당 대표 사퇴와 정계 은퇴를 잇달아 선언했다.
라호이는 총리로 재임하면서도 몇 차례 은퇴 후 산타폴라의 부동산 등기인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을 피력한 바 있다.


첫 출근을 한 20일(현지시간)에는 그의 사무소 앞에 기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라호이는 웃으며 "이게 뉴스라고 생각해서 오신 것은 알지만, 더 말할 게 없다. 정계를 떠났고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권을 사회당에 내준 뒤 지도부 선출을 놓고 내홍을 겪는 국민당(PP)에 대해 코멘트를 요구받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위대한 정당이고 여전히 제1의 정치세력이다. 당원들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 지도부를 잘 선출하리라 본다"고 짤막하게 논평했다.
사무실 앞에는 "총리, 총리"를 연호하는 지지자들도 있었고, 주민들은 전 총리의 수수한 차림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한 주민은 "오래전 그가 내 아파트의 첫 매매 관련 일을 해줬고 우리는 겹치는 친구도 많아서 인사나 하려고 했는데, 아직 정리가 안 됐다면서 다음 주에 보자고 하더라"고 했다.
주민 중에는 국민당의 대규모 부패 스캔들과 관련해 라호이 전 총리가 달갑지 않다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한 부동산중개인은 엘파이스에 "전직 총리에게 주어지는 수당도 포기하고 라호이가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면서 "다른 정치인들도 이런 전례를 따르면 좋겠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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