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미 텍사스 주 멕시코 접경지역에 있는 이민자 아동 수용시설을 전격 방문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텍사스 주 맥앨런에 있는 '업브링 뉴호프 칠드런센터'를 찾았다. 12∼17세 이민자 아동·청소년들의 수용 시설이다.
멜라니아 여사는 시설 관리자들에게 "이 아이들이 그들의 가족과 가능한 한 빨리 재결합할 수 있도록 내가 도울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다고 미 CBS 방송이 전했다.
그는 시설에 수용된 아동·청소년들의 신체적·정신적 상태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또 아동들이 가족과 얼마나 자주 연락을 취할 수 있는지도 확인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시설 직원들에게 "그들(수용된 아동·청소년)이 부모 없이도 여기서 잘 지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또한 여러분의 열정과 노고에 대해서도 감사드린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도 여러분들이 친절로 그들을 대할 수 있다는 것에도 감사한다"고 말했다.
멜라니아 여사의 구금시설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다고 CBS 방송은 전했다.
백악관 공보관실의 영부인 담당 직원은 "멜라니아 여사의 방문 목적은 법집행 담당 직원들과 사회적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노고와 지원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고 연방정부가 어떻게 도움을 주며, 가족 재결합을 위해 노력할지에 관해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부모-아동 격리정책을 철회토록 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미 언론들이 평가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격리 수용이 '비인도적'이라는 안팎의 비난에 시달린 끝에 전날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외국인과 그들의 자녀를 함께 수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전격 서명했다.
들끓던 비판여론에 아랑곳없이 이민 문제에 초강경 태도를 보여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바꾼 데는 슬로베니아(옛 유고슬라비아) 이민자 출신인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막후 압박이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백악관의 한 관리는 CNN에 멜라니아가 지난 며칠간 막후에서 격리 정책이 철회되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멜라니아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 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사적인 대화를 나눴고, 격리를 막기 위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도록 압박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에는 멜라니아의 대변인인 스테파니 그리셤 공보 담당관이 "멜라니아 여사는 아이들을 그들의 부모와 격리하는 것을 보는 걸 싫어한다"며 "멜라니아 여사는 이 나라가 모든 법률을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믿지만, 또한 가슴으로 다스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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