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알루미늄 고율관세에 '아메리칸스타일 때리기'로 응수
기후변화·이란핵합의·예루살렘 등으로 약화한 대서양동맹에 또 타격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유럽연합(EU)이 미국의 EU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 부과에 맞서 22일(현지시간)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를 단행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EU 공식 관보에 따르면 이날 O시부로 발효에 들어간 이번 관세는 미국의 EU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부과 결정에 대한 보복 대응 차원이다.
EU의 보복 관세 대상은 철강을 비롯해 버번위스키, 청바지, 오토바이, 피넛버터, 크랜베리, 오렌지 주스 등 28억 유로(약 3조6천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이다.
이번에 EU가 표적으로 삼은 제품은 미국의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재화로, 안보동맹에 대한 가혹한 통상조치에 정치적으로 강력히 반발한다는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AFP는 이번 보복관세 부과에 따라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EU간 '대서양 무역전쟁'이 본격화해 미중간 무역 갈등으로 이미 불안정한 세계 증시가 더욱 출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미국 정부는 이달 1일 0시를 기해 EU, 캐나다, 멕시코의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EU는 이에 즉각 반발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이 EU산 철강, 알루미늄에 부과한 고율의 관세에 대한 양자협의를 요청하고 보복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지난 3월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EU는 미국 할리데이비슨, 버번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를 겨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융커 위원장은 지난 21일에도 미국의 이번 관세 부과 결정은 "논리와 역사에 위배된다"면서 "우리의 대응은 분명하고도 신중해야 한다. 우리는 균형을 다시 맞추고 보호조치를 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르키 카타이넨 집행위 부위원장도 같은날 "우리가 할리데이비슨, 피넛버터, 버번위스키와 같은 제품을 선택했다면, 그것은 시장에 대체재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는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어떤 것도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더구나 이 제품들은 매우 강력한 상징적인 정치적 영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융커 위원장이 언급한 품목들은 미국을 상징하는 제품일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공화당 지도부의 지역구의 대표 상품이기도 하다.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는 미 공화당 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지역구인 위스콘신에서 생산된다.
버번 위스키는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 의원의 지역구인 켄터키의 대표 상품이다.
리바이스는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인 낸시 펠로시 의원의 지역구인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다.
EU와 미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이란 핵합의 탈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무임승차론 제기, 예루살렘 대사관 이전 등으로 악화한 대서양 동맹 관계가 또한번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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