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뇌에 침투한 바이러스가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킬 수 있다는 치매-바이러스 연관설을 재점화시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 마운트 시나이 헬스 시스템(Mount Sinai Health System)의 조얼 더들리 유전학 교수 연구팀은 치매 환자의 뇌에서는 두 종류의 인간 헤르페스 바이러스인 HHV6a와 HHV7의 유전물질이 정상인보다 훨씬 많이 발견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AP통신과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이 21일 보도했다.
마운트 시나이 뇌 은행(brain bank)에 보존된 치매 환자 622명과 정상인 322명의 뇌 조직 중 치매와 관련된 부위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 치매 환자의 뇌에서 이 두 종류의 헤르페스 바이러스 유전물질이 대거 발견됐다고 더들리 교수는 밝혔다.
이 두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거의 모든 사람, 특히 유아기에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발진인 장미진(roseola)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바이러스들은 전에 치매 연관설이 제기됐던 단순포진 바이러스 그리고 수두, 엡스타인바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체내에서 휴면상태로 오래 잠복해 있다가 나중에 재활성화되면서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연구팀은 컴퓨터 모델을 통해 이 바이러스 유전자들이 인간 유전자들과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살펴본 결과 치매와 연관이 있는 유전자를 포함, 일부 숙주 유전자들과 '트윗'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바이러스 유전자들은 심지어 치매 관련 유전자들의 스위치를 켜고 끌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더들리 교수는 밝혔다.
연구팀은 이 바이러스들이 고갈시키는 한 가지 단백질이 결핍된 쥐를 만들어 키워 보았다.
그 결과 치매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뇌의 독성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에 대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치매 전문의 루돌프 탄지 박사는 단순히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치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면서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뇌에까지는 침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를 지원한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노화연구소(NIA)의 미로슬라브 마키에비치 박사는 이 연구결과가 치매 예방과 치료의 새로운 방법을 찾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NIH는 이미 여러 종류의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증 치매 환자에게 항바이러스제가 도움이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첫 단계 연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결과는 신경학 전문지 '신경원'(Neuron)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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