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가구 공급량…'이산화탄소 80배' 메탄 탓에 지구온난화도 악화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 석유·가스업계가 굴착 과정에서 정부추정치보다 훨씬 많은 연 20억 달러 상당의 메탄가스를 하늘로 날려 보내 재정손실과 함께 지구온난화도 악화하고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메탄은 천연가스의 주요 성분으로, 대기로 새어 나가면 첫 20년간 열을 가두는 효과가 이산화탄소 80배 이상에 달하는 지구온난화의 단기적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 환경보호 단체인 '환경방어기금(EDF)' 소속 과학자들은 미국의 유정과 가스정, 기타 관련시설에서 유출되는 메탄가스 양이 지난 2015년 전체 생산량의 2.3%인 1천300만t에 달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밝혔다.
이는 연방 환경보호청(EPA)이 지난해 발표한 2015년도 누출 추정치 1.4%보다 60%가량 더 많은 것이다.
대기로 누출된 메탄가스는 시장 가격으로 20억달러(약 2조2천190억원)에 상당하는 것으로, 1천만 가구에 열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메탄 가스 누출의 대부분은 이를 감지하지 못해 고치지 않고 가동되는 유정과 가스정에서 이뤄졌으며, 이런 유정과 가스정은 "대체로 EPA 목록에는 빠져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논문 공동 저자로 참여한 EDF 수석과학자 스티븐 햄버그는 "시장에서 상품으로 팔 수 있는 것이 누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해결이 가능한 문제"라며 "업계 전체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메탄가스 누출) 문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규제의 필요성은 그만큼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햄버그 박사는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 때 도입된 메탄 관련 규제를 없애려고 시도하고는 있지만 EPA의 메탄가스 누출 추정치가 EDF 추정치보다 낮게 잡힌 것은 그런 움직임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EPA가 메탄가스 누출을 측정할 때 해당 기업에 미리 통보하고 허가를 받아 현장을 방문하고, 현장에서는 누출 문제를 사전에 고쳐놓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는 스탠퍼드대학을 비롯한 15개 대학과 연구기관의 과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5년에 걸쳐 진행됐다. 연구진은 400개 이상의 유정과 가스전, 기타 관련 시설을 직접 방문해 메탄가스 누출량을 측정했다.
이번 연구에는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지역 발전소나 화학공장 등의 메탄가스 유출은 포함되지 않았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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