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쟁이냐 학살이냐" 제주4·3 올바른 이름·성격 찾기 어떻게?

입력 2018-06-22 13:57   수정 2018-06-28 10:14

"항쟁이냐 학살이냐" 제주4·3 올바른 이름·성격 찾기 어떻게?
제주서 '4·3 70년, 평화의 길을 찾아서' 학술행사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4·3의 올바른 이름(정명·正名)을 찾고 그 성격을 규정짓는 문제가 4·3 70주년을 맞아 제주에서 열린 학술행사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됐다.

22일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2018 평화기행 '제주 4·3 70년, 평화의 길을 찾아서' 학술행사가 진행됐다.
'4·3은 무엇인가: 망각에서 진상규명으로, 진상규명에서 정명으로'란 주제로 열린 이 학술행사에는 조성윤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 김종민 전 국무총리소속 제주4·3위원회 전문위원, 양정심 대진대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오웬 밀러 런던대 한일언어문화학 교수, 브래든 라이트 캐나다 칼턴대 교수, 박명림 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 주임교수 등이 토론자 또는 발제자로 나서 4·3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해 이야기했다.
김종민 전 제주4·3위원회 전문위원은 4·3 진상규명운동의 역사에 대해 주제 발표하며 정명의 어려움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7년 7개월간 벌어진 제주4·3의 전개과정은 '탄압의 국면', '항쟁의 국면', '수난의 국면'이 조금씩 중첩되면서 차례로 펼쳐졌다"며 "현재로서는 이러한 여러 국면 중 어느 하나만을 특정해 명칭을 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토벌대에 의한 희생보다 그 비율이 낮지만, 남로당 제주도당을 중심으로 한 무장대에 의한 무고한 민간인 희생이 전체 희생(약 3만명)의 10%나 되는 점도 정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전문위원은 "더 오랜 세월이 흘러 개인사, 가족사적인 체험과 기억이 아니라 보다 객관적인 역사의 눈으로 볼 때 비로소 4·3에 정명을 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심 대진대 연구교수는 4·3을 바라보는 주요 시각인 '학살'과 '항쟁' 중 '항쟁'에 방점을 뒀다.
그는 권위적인 정부 아래에서 4·3을 '폭동'이라 규정했던 때도 있었지만, 4·3 특별법 제정 이후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로 이와 같은 시각은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양 교수는 "4·3이 '항쟁'의 성격을 갖는 주요한 근거는 4·3의 발발 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며 "1947년 3·1절 발포사건 이후 미군정과 우익·경찰의 탄압에 대한 제주도민의 자위적인 투쟁, 남한만의 단독선거를 저지하고 통일정부를 이루고자 했던 정치적 투쟁이라는 항쟁의 성격을 띤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과정이 이어질수록 4·3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약화하고, 아무것도 모른 채 죽어간 억울한 죽음만을 이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제주도민은 피해의 당사자이기에 앞서 단독선거를 저지함으로써 통일국가 수립의 의지를 보여준 당당한 주체들이었다"며 "70년의 세월 속에서 시대에 저항했던 그 시간의 한 자락은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4·3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와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된 사건이다. 정부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2014년에는 4월 3일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했다.
b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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