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평화적인 결과물 환영"…미군유해 발굴·송환에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두고서 미국 안팎에서 논란이 분분하지만 70여 년 전 한국전에서 직접 싸웠던 미군 용사들에게는 의미가 남다르다.
이들은 북한의 의도를 경계하면서도 최근 남북, 북미정상회담 등 북한과의 대화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된 미군유해 송환에 큰 기대를 보였다.
미국 CNBC 방송은 21일(현지시간)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을 보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시각을 소개했다.
CNBC는 "그 결과가 어떻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은 첫 북미 정상의 만남이라는 역사적인 회담이었다"면서 "(회담을 보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관점에서 분석이 이뤄졌지만 한국을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나라로 만드는 데 일조했던 미국 참전용사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 CNBC와 만난 한국전 참전 미군 용사들은 북한의 의도에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최근 진행되는 북한과의 대화를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다.
미 해군 하사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잭 키프(83)씨는 "진짜 평화협정을 맺을 때"라며 "이긴 사람은 없고 모두가 패배한 전쟁 상태에서 66년이 지났다"고 말했다.
키프씨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우리 참전용사뿐만 아니라 남북 주민들은 이러한 대화로부터 나온 평화적인 결과물을 환영할 것"이라며 "한국전에 참전했던 우리는 1950년대에 휴전 협상에 2년이 걸렸다는 것을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평화 협상 역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미 공군 위생병으로 참전했던 팀 휘트모어(82)씨는 "아찔할 정도로 일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며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직진 행보'에 높은 점수를 줬다.
휘트모어씨는 "통일된 한국의 견고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며 "그것은 길고 고된 일이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북한 정부가 했던 주요 약속 중 지킨 게 거의 없다"며 "아마도 허니문으로 바로 들어가기 전 약혼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전쟁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맺고서야 일단락을 지었다. 평화협정은 없었기에, 공식적으로 남북은 여전히 전쟁을 끝내지 않은 상태다.
남측을 지원했던 유엔 16개국 연합군 중 90%가 미군이었다. 미군 3만5천명이 참전 중 숨졌고, 7천747명은 실종 처리됐다. 이 중 5천300여명이 북한 땅에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한국전은 베트남전이나 2차 세계대전처럼 미 대중의 관심을 얻지 못했기에 '잊힌 전쟁'이라고도 불린다.
한국전 참전 용사들에게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물인 미군유해 송환·발굴은 특히 기대하는 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유해 송환 합의를 북미회담의 성과로 연일 내세우고 있지만 미 언론은 대체로 북미회담 자체에 박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대해 '자신의 공로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KWVA) 래리 키너드(89) 전 회장은 "솔직히 여전히 북한에 묻혀있는 5천300여구의 유해를 찾아서 미국으로 송환할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했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일들이 그들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키프씨는 "전쟁포로·실종 장병 문제는 한국전 참전병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라며 "그들 유해는 고국과 가족에 돌려보내 져야 한다. (북미간) 합의가 이뤄지고 우리가 그걸 보게 될 것이라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CNBC는 "북미정상회담은 4·27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개최된 것"이라며 "미군 참전용사들에게 이는 수십 년 전 그들이 치른 희생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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