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략하거나 봉사활동 대체 등 취임식 슬림화 경향 뚜렷
"촛불집회·평화무드 반영"…대통령 미니취임식도 영향준듯
(전국종합=연합뉴스) 청사 내 강당을 벗어나 야외에서 시민과 함께, 외빈 없이 간부 공무원만 참가한 가운데 간소하게, 취임식 앞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아예 취임식 없이 업무 시작.
6·13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내달 2일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열리는 민선 7기 단체장들의 취임식 모습이 과거와는 사뭇 달라질 전망이다.
'촛불혁명'으로 불리는 지난해 촛불집회, 최근 조성된 남북 평화 분위기, 집권여당에 압승을 몰아준 선거결과에서 나타난 민심 등이 두루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불과 1년여전 탄핵정국의 와중에 국가원수와 행정수반의 공백을 하루라도 빨리 메우기 위해 국회의사당내 로텐더홀에서 소박한 취임식을 했던 것이 이번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취임식 슬림화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23일 전국 지자체와 지자체장 당선인 측에 따르면 이번 취임식의 큰 흐름은 권위적이고 형식을 중요시하는 '실내 취임식' 탈피와 '간소화'이다.
취임식을 통해 자신의 '위민 봉사' 마음가짐을 보여주겠다는 단체장도 많다.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의 내달 2일 취임식은 경기북부지역 야외에서 시민과 함께 열린다.
이 당선인 도지사직 인수위원회는 "'도민이 주인인 경기도'를 상징하는 차원에서 도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취임식을 야외에서 화려하지 않게 개최할 계획"이라며 취임식 장소로 임진각 평화누리 대공연장을 확정했다.
인수위 측은 "문재인 정부가 열어가는 한반도 평화시대의 중심이자 상징인 경기도라는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장소를 검토한 끝에 평화의 상징으로 떠오른 임진각이 최종 낙점됐다"고 설명했다.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의 취임식은 그동안 시청 대강당에서 해 오던 관례를 벗어나 시청 뒤편 광장에서 시민과 함께할 예정이다.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도 시민을 주빈으로 초대하는 '시민과 함께'라는 소박한 콘셉트로 취임행사를 할 계획이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인 이용섭 광주시장 당선인은 취임식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식장에서 이번 정부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시정 방향을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나오지 않았지만, 최대한 간소하고 실무적인 형태의 취임식을 검토하고 있고, 박남춘 인천시장 당선인은 시청 앞 광장 취임식장에 소외계층과 함께 인천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도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외계층 복지 확대와 인천 관광 활성화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재선과 3선에 성공한 이춘희 세종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최문순 강원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등은 아예 취임식을 하지 않거나 아주 간소하게 한 뒤 민선 7기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다.
기초자치단체장들의 취임식도 광역지자체장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대대적이고 화려하게 진행되던 초선 단체장들의 취임식 역시 간소하게 치러질 전망이다.
이재수 강원도 춘천시장 당선인은 시청 광장에서 시민축제 형태로 진행되는 신청사 준공기념식을 취임식과 병행할 예정이고, 김병내 광주시 남구청장 당선인은 취임식장에서 주민 건의사항을 청취할 예정이다.
문인 광주 북구청장 당선인과 3선의 염태영 경기도 수원시장 당선인, 초선인 조병옥 충북 음성군수 당선인 등은 취임식 전후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청소하거나 노인복지시설을 찾아가 급식봉사 등을 한다.
많은 당선인은 취임식을 하더라고 소수의 공무원만 참석한 가운데 간단히 끝내고 곧바로 업무를 시작한다는 생각이다.
조길형 충북 충주시장 당선인 등 취임식을 하지 않는 단체장도 적지 않다.
시민들은 "촛불집회와 지방선거 등을 통해 주민이 정치권에 어떤 변화를 원하고, 단체장들이 어떻게 하기를 희망하는지를 알게 됐을 것"이라며 "과거와 같은 화려하고 권위적인 지자체장 취임식은 앞으로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한종구 김인유 이우성 임보연 장덕종 김상현 이정훈 심규석 김용민 강종구 김광호 기자)
k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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