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발전법 시행됐지만…사측 '꼼수'에 기사들 분통

입력 2018-06-24 08:03  

택시발전법 시행됐지만…사측 '꼼수'에 기사들 분통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지난해부터 전국에서 시행된 택시발전법이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의 행정처분 지연과 택시회사의 '꼼수' 때문에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 시행을 기대하던 일선 기사들은 오히려 택시발전법 이후 형편이 더 어려워졌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2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의정부시 택시업계의 갈등은 지난해 9월, 택시발전법 시행을 앞두고 시작됐다.
택시발전법은 택시회사가 기사들에게 유류비 등 각종 비용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만든 법이다.
사측 비용 부담이 커지자 의정부시 15개 택시 업체의 노사는 각각 공동대표를 뽑아 사납금을 3만5천원 올리는 교섭안을 통과시켰다.
사측 친화적인 노조와 회사가 통과시킨 교섭안이었지만, 형식상 노사합의 사안이라 택시 기사들은 꼼짝없이 인상된 사납금을 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법시행으로 형편이 나아지기는커녕 월수입이 20만원 가까이 줄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오고, 택시기사들의 반발이 커지자 국토부는 올해 초 전국 시ㆍ도 지자체 간담회를 열고 사납금 인상 행위에 대해 지자체가 강하게 처벌해 달라고 요청했다.
요청을 받은 의정부시도 사납금을 올린 택시회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검토했지만, 회사 측에서 강하게 반발하자 행정처분 조치가 적절한지 국토부에 재 질의했다.
택시 노조 관계자는 "의정부시가 재질의를 핑계로 시간을 끄는 사이 수개월이 흐르며 택시 기사들의 사정은 더 어려워졌고, 문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급기야 지난 4일에는 택시 기사 150여명이 의정부시청에서 집회를 열고 조속한 행정처분을 촉구하기도 했다.
의정부시는 최근 국토부 재질의에 대한 답변을 받아 이를 검토 중이다.
가까운 양주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택시발전법 시행을 앞두고 양주시의 A 택시 업체는 사납금을 8만2천원이나 올렸다. 양주시의 택시 업체는 사실상 A 업체 하나다.
택시발전법의 취지를 비웃는 큰 폭의 사납금 인상이었지만, 지금까지 양주시의 업체에 대한 행정조치는 없었다.
양주시 택시 노조 관계자는 "양주시에는 하나의 택시 업체가 독점하고 있어 영향력이 막강하다"며 "시에서도 이 업체 눈치만 보며 행정처분 같은 조치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택시 기사들의 삶은 더욱 어려져서 많은 기사가 떠났다"며 "그나마 남은 기사들은 개인택시 면허만 바라보며 억지로 버티고 있지만 사정이 점점 안 좋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택시노조 관계자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지자체에서 사납금 꼼수 인상에 대해 강하게 대처하며 택시발전법이 장착됐지만, 의정부와 양주처럼 일부 회사가 독과점하는 중소도시에서는 아직 문제가 많다"며 "지자체에서 좀 더 강하게 대처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jhch79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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