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롯데면세점이 반납한 인천공항 제1 터미널 면세매장을 신세계가 모두 가져가면서 국내 면세업계 판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22일 면세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인천공항 제1 터미널 면세점 DF1·DF5 구역 사업권을 신세계가 따내면서 면세업계에서 롯데·신라·신세계의 '3강 구도'가 공고해지게 됐다.
이번 입찰 결과에 따라 업계 시장점유율은 기존 '롯데 41.9%, 신라 29.7%(HDC신라면세점 포함), 신세계 12.7%'에서 '롯데 35.9%, 신라 29.7%, 신세계 18.7%'로 바뀔 전망이다.
1∼3위 업체 간 격차가 좁혀지면서 앞으로 더욱 치열한 순위 경쟁이 예고된다.
향수·화장품 판매를 하는 DF1과 피혁·패션을 판매하는 DF5 두 곳의 연간 매출액은 8천700억원 가량으로, 지난해 국내 면세업계 총 매출 14조2천억원의 6∼7%에 해당한다.
신세계면세점이 오는 7월 서울 강남점까지 문을 열면 점유율은 22%로 올라 2위 신라를 바짝 추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3강 구도는 정부가 그동안 면세점 업계의 독과점 구조를 깨기 위해 진행해 온 여러 제도 개선 취지와도 부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3년 전까지 국내 면세시장에서 50% 이상을 차지했던 롯데의 시장점유율은 신규 시내 면세점 사업자들의 등장과 함께 40% 초반이 됐고, 이번 선정 결과에 따라 30% 중반까지 내려오게 됐다.
신세계는 면세점 '2강'인 롯데나 신라보다 후발주자인 상황에서 만들어낸 이번 결과에 대해 고무적인 분위기다.
신세계는 이번 입찰에서 DF1에 2천762억원, DF5에 608억원을 써냈다. 각각 2천202억원, 496억원을 써낸 신라보다 도합 670억원이나 높은 금액을 제시하며 강한 사업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 일각에서는 높은 입찰가를 써낸 신세계가 임대료 부담으로 수익성이 나빠지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지만, 신세계는 면세점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시장점유율을 높여 '규모의 경제'를 통한 바잉파워(구매력)를 키울 수 있고, 신세계면세점에 대한 브랜드 마케팅 등 부수적 효과가 더욱 크다는 것이다.
신세계는 그동안 인천공항 면세점 판매 품목이 패션·잡화에 국한됐지만, 앞으로는 수익성이 높은 화장품까지 판매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의미 있게 평가하고 있다.
신세계디에프는 "인천공항을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의지와 명동 면세점과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등에서 보여준 콘텐츠 개발 능력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규모가 커진 만큼 업계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입찰에서 탈락한 호텔신라는 "국제공항 면세점의 운영 전문성과 차별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입찰에 참여했지만, 입찰 금액에 밀려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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