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고심하는 중국…타협이냐 확전이냐

입력 2018-06-24 06:45  

[무역전쟁] 고심하는 중국…타협이냐 확전이냐
성장동력 약화돼 설상가상 형국…타협 기대 '以戰止戰' 전략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중 무역전쟁의 재발 가능성이 커지던 지난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4.37% 떨어지며 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워싱턴과 베이징에서 각각 반격, 보복을 외치던 지난 21일 상하이 증시에는 하한가 종목이 쏟아지며 상하이종합지수가 2년 만의 최저치인 2,875.81을 기록하기도 했다.
무역전쟁 여파가 증시뿐만 아니라 외환시장, 실물경제, 거시경제로 확산하면서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찌감치 확전은 지양하되 사안별로 분리해 반격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상태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강경한 태도에 중국도 쉽사리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0여 년의 고속성장을 바탕으로 경제규모 면에서 미국을 바짝 추격하며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은 6% 중반대로 떨어진 감속 성장 속에서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뒷덜미를 잡혀 있다.
수출에 의존해 고속 성장해온 중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를 기치로 내걸며 투자와 소비를 위주로 한 경제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여기에 올 초 출범한 시진핑(習近平) 2기 체제는 이런 경제기조를 바탕으로 2021년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구현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던 중이었다.
무역전쟁은 이런 중국의 발전 로드맵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대형악재다. 중국 경제 성장의 한 축이었던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그나마 호조를 보였던 수출에 직격탄을 가하게 된다. 특히 중국 경제의 위기요소로 지목된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질적 성장'을 외치며 올해 들어 지방과 기업의 채무 통제를 강화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맞이한 무역전쟁은 수출 급감은 물론이고 수입에도 차질이 생기며 가공 조립 생산에 필요한 공급이 어려움에 부닥칠 수도 있다. 수십 년간 공들여 유치했던 외국자본이 빠져나가며 외환 수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무역전쟁이 본격 개전할 경우 외채상환, 외자철수 등으로 현재 3조1천1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외환보유액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중국의 속내는 따라서 어느 정도 무역 불균형 문제에서 양보하는 선에서 미국과 대화하는데 무게를 둘 수밖에 없지만, 미국이 미래 중국 경제의 목줄을 쥐고 양보를 요구하는 것까지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중국의 미래 제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에 대한 보조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미래를 포기하면서까지 미국과 타협할 수는 없는 입장인 중국은 결국 무역전쟁에 내몰리고 있다.
그러면서 신화통신의 사평(社評) 제목처럼 '전쟁으로 전쟁을 멈추게 한다'(以戰止戰)는 전략을 택했다. 세부 전술은 동등한 규모, 동등한 강도, 즉각적 대응, 만전의 태세 등 4가지로 요약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폭탄 범위를 2천억 달러, 4천500억 달러까지 늘리며 양적 대등성을 확보하기 어렵게 되자 보복의 가치와 효과를 따지는 '질적 대응'이라는 추가 지침을 내놓았다.
중국은 트럼프 변수가 지나치게 큰 탓에 무역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번 트럼프의 관세부과 강행 등 강경한 태도가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선거전략의 일종일 것이라는데 희망을 걸고 있다.
그때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반격, 재반격 조치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간중간 무역협상도 벌이며 타협을 시도하는 지루한 일정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달 6일 관세 발효를 앞두고도 미중 양국 사이에는 물밑접촉이 이어지며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이 무역협상 '구원투수'로 투입돼 미국과 최종 담판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 워싱턴 조야에서 중국의 경제침략을 비판하는 강경론이 득세하고 있어 통상갈등이 쉽사리 잦아들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되레 중간선거가 끝나더라도 무역갈등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왕이웨이(王義외<木+危>) 중국 인민대 국제사무연구소 교수는 "중간선거 전까지 미국은 중국의 반응을 떠보며 탐색하는 움직임을 이어갈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이 중간선거를 치르고 제한이 풀리면 중국에 대한 무역압박과 제재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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