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대응 지침 하달…단체협약에 노동시간 단축 반영 추진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정부가 다음 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6개월의 계도 기간을 두는 등 한걸음 물러서자 노동계가 주 52시간제의 철저한 이행을 위한 공세적인 대응에 나섰다.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 이행을 강제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에 따라 개별 사업장에서 노동시간 단축에 소극적인 경영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24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0일 당·정·청 회의에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6개월의 계도 기간을 두기로 결정한 직후 대응 지침을 마련해 산하 조직에 내려보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계도 기간을 둠에 따라 개별 사업장에서 사측이 노동시간 단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응 지침도 노동시간 단축 무력화 시도에 대한 '공세적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침은 "사용자들의 편법과 노동시간 단축 시행 무력화 공세를 넘어서는 적극적인 현장 대응 투쟁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 법 개정 취지가 제대로 노동 현장에서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1일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상시 노동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인력 충원이나 노동자 임금 보전보다는 노동 강도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 것으로 민주노총은 보고 있다.
지침은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목표로 하고 인력 확충과 임금 보전에 초점을 맞추되 노동시간 단축과 그에 따른 노동 조건의 변화를 노사 교섭으로 정하는 것을 기조로 제시했다.
노동시간 단축을 노사 합의인 단체협약에 반영함으로써 경영계가 노동시간 단축을 이행할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계도 기간 설정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단체협약에 반영할 필요는 더욱 커졌다는 게 노동계의 인식이다.
지침은 연장근로수당 등의 감소로 임금이 전체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본급보다 수당의 비중이 과도하게 큰 현행 임금체계를 고침으로써 실질임금 감소를 방지하도록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개별 사업장별로 노동시간 단축 준비에 관한 실태조사를 거쳐 곧 대응 지침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도 정부의 계도 기간 설정을 노동시간 단축에서 후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당·정·청 회의 결정에 따라 노동시간 위반 사업장에 부여하는 시정 기간을 최장 14일에서 6개월로 대폭 늘렸다. 사업주가 법을 위반하더라도 최장 6개월 동안 문제를 해결하면 처벌을 면하게 된 것이다.
노동자가 사업주를 노동시간 위반으로 고소·고발해도 노동부는 조사 과정에서 사업주가 불법을 저지른 불가피한 사정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입장이어서 처벌 사례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문제는 다음 달 1일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 중에서도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다.
일부 '무노조'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소·중견기업인 이들 사업장에서는 사측이 올해 말까지 노동시간 단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도 노동시간 단축을 압박할 수단이 별로 없다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약 70%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대 노총은 노동시간 단축 이행을 위한 노력과 동시에 노조 가입률을 높이는 데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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