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만에 80%→72%"…"2013년 12월 이래 최저 수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최근 들어 상당히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 유가 상승과 정년 연령을 늘리는 정부의 연금법 개혁 추진이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전(全)러시아여론연구센터(브치옴)의 지난 17일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의 활동을 지지하는가, 지지하지 않는가'란 질문에 72.1%가 지지한다고 밝혔다.
일주일 전에는 77.1%, 지난 5월 말엔 79%, 5월 중순에는 80.3%가 푸틴 국정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었다. 한 달여 만에 지지도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이 수준까지 떨어진 건 2013년 12월 이후 처음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지난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병합하며 강경 대외 노선을 선보인 이후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고공행진을 계속해 왔었다.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기관 '폼'(FOM)이 지난 16~17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가까운 휴일에 새로운 대선이 치러지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란 질문에 54%의 응답자가 푸틴을 꼽았다. 일주일 전인 10일 조사에선 62%가 푸틴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치러진 실제 대선에선 76% 이상이 푸틴에게 투표했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푸틴 지지도 하락의 이유로 정부가 최근 발생한 소비자 유가 인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과 정년 연령을 늘리는 연금법 개혁을 추진하는 것을 들었다.
정부는 최근 들어 계속된 자동차 연료 가격 인상에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다가 뒤늦게 주요 석유업체 대표들을 불러 추가 인상 유보 약속을 받아내는 늦장 대응으로 국민의 불만을 샀다.
뒤이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월드컵 개막일인 지난 14일 공개한 연금법 개혁안도 불만을 증폭시켰다.
메드베데프 이날 내년부터 시작해 2028년까지 남성 정년 연령을 65세로, 2034년까지 여성 정년 연령을 63세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의 정년 연령은 남성 60세, 여성 55세로 돼 있다.
뒤이어 의회 심의로 넘겨진 연금법 개혁안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월 4기 집권을 시작하며 공표한 국민복지향상 프로그램 이행에 따른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한 방안의 하나지만 여론은 개혁에 상당히 부정적이다.
러시아 주요 노조들은 정년 연령 연장 반대 청원을 위한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고, 야권 정치단체들은 연금법 개혁에 반대하는 저항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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