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 기록 직접 축하하고자 일정 조정해 잠실행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선배님 성함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후배 박용택(39·LG 트윈스)의 말에 양준혁(49)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답했다.
"그럼, 3천 안타까지 하는 거다."
양준혁 위원은 23일 서울시 잠실구장을 찾아 자신이 보유한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안타 기록을 박용택이 경신하는 장면을 직접 봤다.
박용택은 23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회말 우월 2루타를 치며 양준혁의 2천318안타와 타이를 이뤘고, 4회말 우익수 옆으로 날아가는 2루타로 KBO리그 신기록(2천319안타)을 세웠다.
박용택의 2천319번째 안타가 나오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친 양준혁 위원은 바로 LG 더그아웃 쪽으로 내려갔다.
4회말 이닝 종료 후 공수교대 시간, 양준혁 위원은 꽃다발을 박용택에게 안겼다. 박용택은 감격에 젖은 표정으로 양준혁 위원과 포옹했다.
짧은 시상식이 끝난 뒤 만난 양 위원은 "용택이가 '선배께 누가 되지 않겠다'고 해서, '3천 안타까지 쳐야 한다'고 말해줬다"고 웃었다.
양 위원은 "덕담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말"이라고 했다.
그는 "박용택은 4∼5년을 더 뛰면 KBO리그 3천 안타 시대를 만들 수 있다. 물론 3천 안타까지 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려움 없이 세울 수 있는 기록이 있는가"라며 "류중일 LG 감독님이 워낙 베테랑을 잘 활용하신다. 구단에서 도와주면 박용택은 충분히 3천 안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불혹을 앞둔 후배를 응원했다.
양 위원은 은퇴 시점에 안타, 홈런(351개), 타점(1천389개), 볼넷(1천278개) 등 타격 거의 모든 부문 개인 통산 기록 1위에 올랐다.
시간이 흘러 홈런과 타점은 이승엽(467홈런·1천498타점)에게 1위 자리를 내줬고, 23일 안타 부문 1위도 박용택에게 내줬다.
하지만 'KBO리그 최초로 2천 안타 시대를 연 타자'라는 수식어는 사라지지 않는다.
양준혁 위원은 "난 최초로 2천 안타 기록을 세운 것에 만족한다. 은퇴할 때부터 '내 통산 기록은 언제든 깨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전혀 서운하지 않다"고 환하게 웃었다.
박용택은 기록 경신 시점이 다가오자 공개적으로 "내가 양준혁 선배 기록을 넘어설 때, 선배님이 직접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청했다. 양 위원은 기꺼이 후배의 부탁에 응했다.
양 위원은 "23일이나 24일에 기록이 나올 것으로 봤다. 그런데 청주 한화 이글스전(19∼21일)에서 박용택이 안타를 몰아쳐서 급하게 일정을 조절해 어제(22일)부터 잠실구장에 나왔다"고 했다.
박용택은 22일 롯데전에서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선배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았다.
박용택은 23일 일찌감치 2안타를 추가했고, '종전 기록 보유자'가 된 양준혁 위원은 진한 포옹으로 후배의 기록 달성을 축하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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