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프라스 총리 "그리스, 정치적·재정적인 독립 되찾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노타이' 차림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한 알렉시스 치프라스(43) 그리스 총리가 그리스의 구제금융 졸업이 확정되자 취임 후 처음으로 넥타이를 맸다.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가 8년 만에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을 졸업하게 된 것을 자축하기 위해 22일 저녁(이하 현지시간) 아테네에서 열린 집권 시리자(급진좌파연합)와 연정 파트너인 우파 그리스독립당 의원들의 회합에서 붉은색 넥타이를 맨 모습을 연출했다.
그리스의 채무 위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2015년 1월 총리로 취임한 그는 "그리스의 막대한 채무 문제가 해결되면 넥타이를 매겠다"고 선언한 채 외국 정상들과의 회담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와이셔츠와 양복만 착용하는 차림을 고집, 외교적으로 화제를 모아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치프라스 총리를 처음 만났을 때 "넥타이는 어디 갔느냐"고 직접 묻기도 했고,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치프라스 총리에게 자신의 넥타이를 벗어 준 적도 있다. 또,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전 총리는 2015년 2월 갓 취임한 치프라스 총리와 회담할 때 넥타이를 선물로 전달하기도 했다.
넥타이를 맨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집권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오늘은 모두에게 중요한 날"이라며 "그리스는 정치적·재정적 독립을 되찾으며 다시 정상 국가로 돌아가고 있다. 이제 고통스러운 긴축이 사회 정의로 점진적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면에 웃음을 띤 그는 "(넥타이를 매는 게)다소 어렵지만, 곧 익숙해질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그는 약 30분 후 "약속을 완수했다. 지난 몇 년간 나는 넥타이 없이 전투를 치렀다"며 넥타이를 다시 벗은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당은 자축 분위기였지만, 한편에서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왔다.
그리스 야당인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의 포피 게니마타 대표는 구제금융 후에도 그리스가 채권단의 감독하에 엄격한 긴축재정과 개혁 작업을 계속 수행해야 하는 점을 지적하며, "그리스의 목에는 여전히 올가미가 둘러져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이날 새벽 룩셈부르크에서 회의를 열고 채무 부담 완화를 비롯한 그리스의 구제금융 종료 방안에 최종 합의했다.
유로그룹은 이번 합의안 타결을 '역사적'이라고 지칭하며 "그리스는 재정적, 구조적 개혁을 기반으로 경제를 튼튼하게 해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로그룹의 합의안에는 그리스가 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수십억 유로의 채무 만기를 10년 연장하고, 이에 대한 이자 상환을 유예하며,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를 위해 150억 유로(19조4천500억원)를 추가로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조건은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것으로, 그리스를 대표해 협상에 나섰던 에우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합의안이 도출된 직후 "그리스 정부는 이번 합의에 만족한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유로그룹의 최종 합의에 따라 그리스는 오는 8월 20일 3차례에 걸친 구제금융을 종결짓고, 국제 금융 시장에 복귀해 자력으로 국가 살림을 꾸려갈 수 있게 됐다.
그리스는 2010년 재정 위기로 국가 부도 직전에 처했다가 국제채권단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약 2천750만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아 파산 위기를 넘겼고, 그 대가로 강도 높은 긴축 정책과 구조 개혁을 시행해왔다.
8년간의 구제금융 기간 그리스 경제 규모는 4분의 1가량 축소됐고, 실업률이 20% 이상으로 치솟는가 하면, 연금은 평균 40%가량 삭감돼 그리스 국민의 고통이 가중됐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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