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용 1t 납품받고도 대금 미지급…법원 "대금 지급할 것처럼 속여"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녹용 8억원 어치를 납품받고도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명 한의원·제약업체 부사장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H한의원 부사장 조모(37·여)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조씨는 2015년 10월 러시아산 녹용 약 1t을 납품한 무역업체 Y사에 대금 8억460만원을 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조씨는 중개인 황모씨를 통해 Y사로부터 녹용을 납품 받았는데, Y사에 대금을 주겠다는 합의서까지 써주고도 납품 후에는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계약서상 납품자가 황씨라는 이유를 들어 돈을 주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조씨가 계약서상 납품자를 Y사가 아닌 황씨로 올리도록 한 것으로 파악했다. H한의원에 9억여원의 빚을 지고 있던 황씨의 상황도 배경이 됐다.
검찰은 조씨가 녹용 대금을 Y사에 주지 않고 황씨의 빚과 상계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1심은 "조씨가 녹용 대금을 지급할 것처럼 행동하면서 납품을 받은 뒤 황씨와의 관계를 구실로 값을 치르지 않았다"며 Y사에 대한 사기죄를 인정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Y사는 계약 당사자가 아니므로 Y사에 대한 사기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1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신 황씨에 대한 사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며 1심과 같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Y사를 속여 녹용을 납품받은 것이 아니라, Y사에 대금을 주겠다고 황씨를 속여 중개인인 황씨가 Y사로부터 녹용을 공급받아 H한의원에 납품하게 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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